서울 은평뉴타운 당첨자들은 수억원의 분양대금을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내야 해 자금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통상 신규 분양 아파트는 분양대금을 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 등으로 나눠 계약일을 기준으로 2~3년에 걸쳐 납부하지만,은평뉴타운은 공사의 80%를 마친 뒤 공급되는 후분양 아파트여서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22일 SH공사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은평뉴타운 1지구 일반분양 아파트(1643가구) 당첨자들은 내년 1월 말로 예상되는 계약일에 분양대금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중도금 20%,입주할 때 잔금 60%를 내게 된다.

문제는 계약금부터 잔금을 치르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데 있다.

계약금을 내년 1월에 낸 뒤 3월에 1차 중도금 10%,4월에 2차 중도금 10%를 치른 뒤에 잔금 60%를 입주시점인 6월에 한꺼번에 납부해야 한다.

입주기간이 한 달인 점을 감안해도 7월까지는 잔금을 치러야 한다.

7월을 넘기면 연 14%에 이르는 연체료를 물게 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더라도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수억원의 분양대금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얘기다.

은평뉴타운 분양가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84㎡형(341가구) 3억4742만3000원 △101㎡형(544가구) 5억768만2000원 △134㎡형(516가구) 6억8207만7000원 △167㎡형(242가구) 9억554만5000원 등이다.

따라서 134㎡형에 당첨된 사람은 내년 1월에 계약금으로 1억3641만원을 내고,3월과 4월에 각각 중도금으로 6820만원을 낸 뒤 6월 또는 7월까지는 잔금 4억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당첨자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각종 규제에 걸려 금융권에서 대출받기가 힘들어서다.

전체 분양가가 6억원 미만인 101㎡형과 84㎡형 당첨자들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모지기론을 이용하면 3억원 한도 내에서 중도금을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처럼 세금 납부 실적이 저조해 소득증빙이 어려우면 대출 금액은 40%로 줄어들기 때문에 분양가의 60%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분양가가 6억원을 넘는 134㎡형 이상 주택의 당첨자들은 아예 모기지론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은행권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도 분양가의 40%로 제한되므로 나머지는 이자가 비싼 2금융권 등을 이용해야 한다.

은평뉴타운은 전매제한규정에 따라 입주 후에도 4년(101㎡형 이상) 또는 6년(84㎡) 이상 집을 팔 수 없어 비싼 이자를 썼다간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기존에 살던 주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주택시장은 급매물조차 소화되지 않을 정도로 매수세가 크게 얼어붙어 있어 가격을 어지간히 낮춰 내놓지 않는 한 집을 팔기조차 어렵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대단지 등도 기존 집을 팔지 못해 입주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은평뉴타운도 예외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후분양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분양대금 납부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분양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이 미리 자금마련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