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급증 등으로 건설경기가 크게 침체된 지방에서 중소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충남 예산에 본사를 둔 KT건설을 비롯 효명건설(인천) 거림건설(전남 화순) 등 3개 업체가 지난 13일 한꺼번에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서만 모두 10개사가 부도 처리됐다.

올 들어 일반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만 시공능력 57위인 중견 업체 신일을 포함해 모두 89개사가 도산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종 부도 처리되는 건설사는 하반기 들어 부쩍 늘어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산하는 건설사가 지난해(106개사)보다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건설은 올해 시공능력 평가순위가 131위인 중견 업체로 현재 서울 왕십리뉴타운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필리핀 수빅 주상복합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2월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32가구짜리 '암펠로스타워' 주상복합 아파트를 완공했다.

또 거림건설은 시공능력 평가 275위 업체로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222가구의 호암수채아파트를 완공했다.

효명건설은 지난달 말 1차 부도 후 한때 신일건업이 인수 의사를 표명했다가 부채가 너무 많아 포기하는 바람에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들 두 회사가 짓고 있던 아파트는 지난달까지 모두 완공돼 입주자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권을 중심으로 중소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도산하고 있는 것은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누적되는 가운데 신규 분양아파트의 청약률과 계약률도 대부분 한 자리 숫자에 머물러 상당수 업체들이 공사대금 등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방권 미분양 아파트는 8월 말 현재 8만5897가구로 전국 미분양(9만1714가구)의 93.6%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9월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권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등 미분양 해소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 도산이 증가하면서 지방권 주택ㆍ건설시장에는 부도 도미노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침체된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