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이 초고속인터넷에서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난 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일본은 전송속도에서 한국보다 두 배나 빠르고 요금은 오히려 23%가량 싸다고 하니 이제 한국은 인터넷 세계 최강이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버렸다.

한마디로 남들이 열심히 뒤쫓아오는 줄도 모르고 자만하다가 추월(追越)당하고 만 꼴이다.

요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초고속인터넷의 품질인 평균 전송속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세계 최강 자리를 내줬다는 것은 솔직히 충격적이다.

초고속인터넷 구축 경쟁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일본은 우리나라에 한참 뒤처진 국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본은 우리나라를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인가.

우리나라가 디지털가입자망(ADSL) 보급을 통해 단숨에 앞서 나가자 일본은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한국과 똑같은 경로로 가다간 앞설 수 없다고 판단, ADSL을 뛰어넘어 곧바로 가정 광가입자망(FTTH)으로의 전환을 시도했고 결국 이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일본은 이 여세를 몰아 2010년까지 초고속인터넷 FTTH 보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ADSL 성공신화에 안주하다가 최근에야 이쪽으로 가고 있으니 일본의 추월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물론 망(網)이 통신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새로운 서비스 도입 측면에서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IPTV 등 각종 신규 서비스가 기술이나 시장 때문이 아니라 법과 제도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사업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만약 이런 서비스가 제 때 도입이 되기만 했어도 망 고도화를 유인하는데도 분명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망에서도 뒤지고 서비스에서도 뒤지면 우리나라가 IT경쟁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고속인터넷망에서 앞선 일본은 우리나라가 몇년째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방통융합 분야에서도 발빠르게 나가고 있다. 차세대 망과 서비스 경쟁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시 앞서 나갈 수 있을지 새로운 전략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