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1일 부산지검에 출두함에 따라 사상 최초로 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이어 국세청장마저 구속될 경우 청와대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청장은 일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뇌물을 받은 일은 절대 없다"는 게 전 청장의 일관된 발언이다.

반면 검찰은 전 청장과 반대로 "뇌물 수수 정황 증거가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사 대상이 정권의 실세인 현직 국세청장인 만큼 한번 소환으로 끝낸다는 방침이어서 2일 중 구속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 청장 연루는 지난 7월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구속 기소)가 "자신의 회사 직원들이 거금을 요구하며 자신을 협박한다"며 검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이 진정이 결국 수사의 빌미가 돼 김씨 본인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도 김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준 정 전 비서관도 철창 신세가 됐다.

이어 정 전 청장이 1억원 중 6000만원을 전 청장에게 건넸다고 밝히면서 소환조사에 이르게 됐다.

김태현 부산지검장이 "진정사건 하나가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파장이 커졌다.

전 청장은 이날 오전 부산지검에 출두하면서 "언론과 검찰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받은 돈이 부산국세청이 마련한 업무추진비의 일부라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마디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다.

전 청장은 그동안 직원들과 함께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반박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뇌물 수수 적용을 확신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구체적으로 지난해 8월과 9월 1000만원씩,10월 2000만원,11월 1000만원을 인사청탁용으로 건넨 데 이어 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인 올해 1월 1만달러를 전 청장에게 인사청탁을 위해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국세청장에게 전달된 6000만원이 인사청탁의 대가인지 아니면 통상적인 상납인지 관계없이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돈을 전달하면 뇌물 수수에 해당하는 만큼 전 청장을 구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병대 부산국세청장이 전 청장의 지시로 지난 8월 정 전 청장을 부산지검 조사실에서 만나 '조직을 위해 떠안고 가라'는 취지로 상납 진술 번복을 요구한 것도 혐의를 은닉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여러차례 사법처리 의지를 밝혔다.

2일께 전 청장에 대해 뇌물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3일쯤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신하고 있지만 정 전 청장의 진술 외에 움직일 수 없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전 청장이 일관되게 뇌물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정 전 비서관의 경우처럼 1차 영장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검찰과 국세청 간의 싸움은 악화될 수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개인이었지만 국세청은 검찰이 1차 기각 후 다시 영장을 청구할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