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일부 주상복합은 연초보다 호가가 4억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분당지역 개발호재가 이제 거의 없는데다 대출규제 등까지 겹쳐 고가 주상복합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분당의 주상복합 밀집지역인 정자동에는 최근 매매호가가 연초보다 수억원씩 빠진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거래도 찾아보기 힘들다.


분당의 대표적 주상복합단지로 꼽히는 파크뷰 180㎡(55평)형의 경우 연초에 20억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16억원 선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파크뷰 아파트 호가는 현재 층.향.크기에 따라 연초 대비 4억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지만 매수문의는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성원상떼빌' 195㎡(59평)형도 연초에는 17억~18억원을 호가했지만 요즘은 14억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중개업소들은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12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때 호가가 17억원까지 치솟았던 주거용 오피스텔 '미켈란쉐르빌' 194㎡(59평)형도 최근 들어 13억원 선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매수세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정자동 A공인 관계자는 "일시적 2주택이나 처분조건부 대출 등의 규정에 걸린 집주인들이 주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매수세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며 "하지만 집주인들은 아직도 가격하락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당 주상복합의 하락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과 비교한 현재의 분당 주상복합 가격 변동률이 -2.79%로 나타났다.

특히 102~132㎡(30평대)형은 6.48%나 떨어졌다.

135~165㎡(40평대)형도 중형 못지않게 4.91% 내렸다.

일반 아파트가 -0.2% 정도 조정을 보인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반 아파트 가격하락은 주상복합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다.

서현동 효자촌 인근의 대우.대창.LG아파트 109㎡(33평)형은 연초 호가가 6억5000만원 선이었으나 요즘은 6억원대에 형성됐다.

최근 이들 단지에 대한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면서 집값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현지 B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면 아직도 2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매도 호가를 높이는 역할은 못해도 최소한 가격 하락세를 막는 효과는 상당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지역 주상복합 가격하락의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대출규제에 따른 매수세 감소를 꼽는다.

김정용 투모컨설팅 팀장은 "대형 주상복합을 사려면 큰 돈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강력한 대출규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매수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돈 있는 사람들도 평형을 키워 '갈아타기'에 나서기보다는 주식 등으로 투자선을 돌리고 있어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규제 못지않은 또 하나의 원인은 분당지역에 개발호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분당 주상복합이 서울 도곡동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이 평가됐지만,올 들어 판교와 정자동 개발 등의 재료가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지금과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