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스라엘의 시스템LSI(비메모리) 업체인 '트랜스칩(TransChip)'을 전격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기업을 인수·합병(M&A)한 것은 1994년 미국의 컴퓨터 업체인 AST사 인수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M&A를 계기로 최근 성장 정체를 고민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성장 전략이 '자체 성장동력 발굴'에서 'M&A를 통한 성장'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본지 7월12일자 A1.3면 참조

삼성전자는 30일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LSI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트랜스칩을 인수했다"며 "이 회사의 연구개발 인력 60명을 받아들여 이스라엘 현지에 '삼성반도체 이스라엘 R&D센터'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트랜스칩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CMOS 이미지센서(CIS)를 개발하는 회사로 생산라인 없이 기술 개발에만 주력하는 업체다.

1999년 설립됐으며 자본금은 425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트랜스칩 인수 대금으로 약 700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M&A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경영 전략을 수정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은 1994년 AST를 인수했다가 실패한 이후 지금까지 'M&A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경영 원칙으로 삼았다.

삼성은 대신 핵심 인재 영입과 자체 기술 개발로 '독자적인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 3년째 그룹 전체 매출과 이익 규모가 늘지 않는 성장 정체를 겪으면서 최근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M&A를 대안으로 검토해 왔다.

업계는 삼성전자에 이어 앞으로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본격적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