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농업분야 지원에 대한 논의를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어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월 "기존 농업분야 투.융자 계획을 최대한 조정한 뒤 증액이 필요하다면 비준동의안 제출 전까지 얼마나 될지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가 재정 부담액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진 채 비공개 회의만 계속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구령'

정부는 지난 6월 한.미 FTA 발효에 대비한 농업분야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재정 부담 부분은 다음으로 발표를 미뤘다.

재경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은 지난 2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미뤄둔 숙제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2004년부터 일부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119조원 규모의 농업 구조 개선 투.융자 계획을 어떻게 조정하고 또 신규 예산 증액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철저히 밀실에서 이뤄졌다.

경제정책조정회의의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당초 이 같은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를 비공개로 하려 했다.

기자들에게 회의 일정이 노출되자 '회의는 열리지만 의제는 비공개'라는 발표를 내놓았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가판 보도를 통해 FTA 농.어업 분야 보완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재경부는 끝내 설명을 거부했다.

재경부 한 국장은 되레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와 '기사를 빼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왜 정부는 공개를 꺼려하나

당국자들이 대부분 국민들에게 장기간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논의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는 뒷전에 미뤄둔 까닭은 농업 분야 지원대책이 갖는 민감성 때문이다.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보완대책이라는 '당근'이 필요하지만 이는 또 다시 예산 낭비 논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집중적인 피해가 예상됐던 과수농가에 정부는 매년 수백억원의 폐원 보전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던 포도와 키위의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모두 급증했고 가격도 오히려 더 올랐다.

따라서 칠레산 수입 급증으로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마련해놨던 소득보전 직불금은 거의 나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국민 부담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농업분야 지원책과 추가 재정 소요 파악은 모든 과정을 공개해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가 재정 투입액은 국회에 보고하면서 함께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