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추진했던 '원칙의 그물망짜기 운동' 등 법과 원칙을 강조한 방침들을 전 정부적으로 확산시키려 했지만 '신공안정국 조성'이 아니냐는 등 강한 반발에 부딪쳐 채택되지 못했다"고 29일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법조언론인클럽(회장 신성호)이 주최한 '기업규제 완화와 법률문화'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제 재임기간이 짧았을 수도 있지만 다른 견해나 이념을 가진 쪽의 반발과 저항이 근본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전 장관이 재직 시절 청와대의 정책 기조나 방침과 어긋나는 듯한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탓에 장관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주목된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범정부적 정책 제안이 좌절한 대표적 사례를 불법 집회 대응책 마련 과정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불법 집단행동이 나오면 즉시 진압을 하고 배후세력을 철저히 수사하는 게 원칙인데 공권력 동원이 구시대적 행태가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이념적으로 시위자들과 생각이 닿아 있는 분들이 계셨다"며 "토론을 했지만 법무부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견해 차이가 인사권자였던 청와대 측과의 사이에서 빚어졌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통로가 꼭 그쪽으로만 있었다기보다는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도 보고 대상이 있지 않느냐"면서도 "국무위원을 그만뒀다고 해서 과거에 대통령과 있었던 얘기를 막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 측과 견해를 똑같이 맞춰 일을 하면 무난하겠지만 인사권은 인사권이고 장관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제가 한 말이 '소신 발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민이 원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믿는 것은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친기업적이었다고 평가받은 이유 중 하나였던 '분식회계 기업 자진신고시 처벌 면제' 정책과 관련해 "과거 기업 비자금 관행이 일반적이었던 점을 감안해 한번쯤은 스스로 정리할 기회를 줘야 기업이 투명해진다는 뜻에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선거 중립 의무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내려진 부분이어서 법무장관으로서 그걸 도저히 위헌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며 "대통령께서도 해당 발언에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관련 고소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되면 수사를 안하는 게 맞다고 말했던 배경을 묻자 "반의사 불벌죄는 고소 취하시 수사를 안해야 하고 증거도 없이 다 뒤져보는 것은 검찰권 남용"이라며 "당연한 얘기였는데 왜 뉴스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