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01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5일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야권은 룰라 대통령이 선거법 규정을 피해 2014년 대선에 또 다시 나설 경우 브라질 정치를 후퇴시킬 수 있다면서 발언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의 현행 선거법은 3선을 금지하고 있으나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도 대선을 한 차례 거른 뒤 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대 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상원 원내대표 아르투르 비르질리오 의원은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을 추구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2014년 대선에 출마해 세 번째 집권을 노리겠다는 룰라 대통령의 구상은 브라질을 베네수엘라화하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비르질리오 의원은 이어 연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영구제한하는 방향으로 현행 선거법 규정을 손질하는 문제를 상원에서 논의할 뜻도 밝혔다.

또 다른 야당인 민주당(DEM)의 오닉스 로렌조니 하원 원내대표은 나아가 룰라 대통령이 2010년 대선에 나서기 위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룰라 대통령의 3선 시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현재의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범여권에서는 룰라 대통령의 2014년 대선 출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앞으로 정치권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때마침 이날 유력 여론조사기관인 CNT 센서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25% 이상이 룰라 대통령이 직접 대선에 출마하거나 룰라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가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고 답해 논란 확산을 예고했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13일 현지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와 가진 단독회견에서 "정치적인 여건이 조성된다면 2014년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투표 개헌을 통해 2010년 대선에서 3선 연임을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브라질 정치권과 언론은 룰라 대통령이 올해 초 시작된 집권 2기를 전후해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현재의 4년 중임제보다는 5~6년 임기의 단임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에서 룰라 대통령이 2014년 대선에 나설 경우 단임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