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대기업 집단 계열사가 출자한 회사 중 출총제가 적용되지 않는 회사의 명단과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이같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에 활용되고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민중기)는 7일 경제개혁연대 소속 최모 간사가 "출총제의 적용을 받지 않거나 예외가 인정되는 회사를 공개하라"며 공정거래위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총제 소속회사의 구체적 출자내역은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대부분 공개됐고,적용제외ㆍ예외인정 사유는 공정위가 공개한 '소속회사별 적용제외ㆍ예외인정 사유 현황'의 출자내역과 비교해 추론해 낼 수 있어 사실상 일반에 공개된 것으로 경영ㆍ영업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공정위 주장대로 이 사건 정보 공개 시 해당 기업의 출자ㆍ투자 노하우가 노출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출자내역이 이미 대부분 공개된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기업의 경쟁자가 새롭게 알게 되는 출자내역은 적은 범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의 과다한 확장을 막기 위한 출총제는 올 4월 자산총액 합계액 10조원(기존 6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40%(기존 25%)를 초과해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ㆍ소유해서는 안되도록 규정이 바뀌었고,그 적용대상 회사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회사로 제한됐다.

경제개혁연대는 2003년 공정위를 상대로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출자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으나 공정위가 명단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자 최씨가 소송을 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