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에서 가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성과를 담은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어제 양 정상간 서명과 함께 발표됐다.

모두 10개항의 이 '10·4 공동선언'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협력과 불가침 의무 준수,종전선언을 위한 당사국회의의 한반도 개최,경제협력의 확대 발전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경의선(문산~개성) 화물철도 개통과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11월중 서울에서 남북총리회담 개최 등을 골자(骨子)로 하고 있다.

비교적 폭넓고 구체적인 협력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남북평화체제 진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앞으로 남과 북의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관계발전을 위한 현안들을 협의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합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회담은 경협확대 등 실무차원에 주력함으로써 협력과제들이 상당히 구체화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북핵 6자회담이 올해 말까지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키로 하는 성과를 거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공동체 진전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 합의사항이 어떻게 실행력을 얻고 어떤 수단과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특히 너무 많은 사항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이들 내용들이 과연 차기 정부에서도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 당위성을 갖는지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고,우려되는 부분 또한 없지 않다. 서해평화협력지대만 하더라도 국민들이 걱정하는 서해북방한계선(NLL)의 재조정과 연계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합의내용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장 기대되는 경제협력도 북한의 법·제도를 비롯한 모든 인프라가 미비한 점을 감안하면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평화체제 정착과 경협확대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는 한반도 비핵화도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에까지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이번에 이뤄진 수많은 합의내용,특히 북측이 제시한 약속의 구체적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急先務)다.

정상회담의 성과가 단순히 '선언'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6자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핵시설 불능화 일정을 성실히 이행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북측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