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 4번 타자로 나름대로 제 몫을 해내며 팀의 센트럴리그 1위에 기여한 뒤 올해 1년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고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니치가 3일 보도했다.

이승엽은 2일 도쿄돔 야쿠르트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올 시즌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가 있었다"며 "팀이 1위를 차지한 만큼 지금부터는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시즌 홈런 41개 등 타율 0.323, 108 타점 등 성적을 남기며 부동의 4번 타자로 기대를 받았지만 올해에는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면서 겪게 된 심적인 고통을 털어놓은 셈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승엽은 시즌 초반 손가락 수술을 받기를 원했지만 5년 만의 1위 복귀를 원하는 구단은 좋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고통을 참고 출전하는 것도 한계에 달해 7월12일 2군으로 추락했고, 복귀 후에도 타순이 밀려 7번으로 출전하는 등 고난의 1년을 보냈다.

닛칸스포츠가 전한 일화를 보면 올 시즌 이승엽이 겪은 심적인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신문은 이승엽이 개막 직후부터 장기 슬럼프에 빠지게 되자 자포자기식으로 술을 마신 뒤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간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당시 이승엽이 강력한 진통제 주사도 전혀 듣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슬럼프가 길었기에 이승엽이 2일 야쿠르트전 1-3으로 뒤진 4회 1사 2루에서 역대 최대 관중(4만6천260명)이 몰린 도쿄돔 오른쪽 펜스 상단 광고판을 때리는 특대형 30호 투런 홈런을 쳐낸 장면은 특히 인상에 남았다.

3-4로 뒤진 9회 1사 후 볼넷을 골라 걸어나간 뒤 동점 홈인까지 2일 활약은 만점이었다.

이승엽은 "홈런을 친 것도 기분 좋았지만 마지막에 볼넷을 골라 나간 것이 좋았다"며 "오늘(2일)이 1년 중 4번 역할을 가장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도 이승엽의 볼넷, 니오카 도모히로의 희생 번트, 야노 겐지의 내야 안타 후 전력 질주, 역시 손가락 부상으로 고생해온 시미즈 다카유키의 결승 타점으로 이어진 9회 말 끝내기 장면에 대해 "(선수들이) 끈질기게 싸워줬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1년을 상징하고 있다"며 감격해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