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영 재건축에 '디자인 변수'
서울시가 아파트 단지 디자인을 대폭 개선하는 내용의 건축심의 개선안을 이곳에 적용할 계획이어서 사업 일정이 크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락시영아파트에 대한 건축심의 과정이 지연돼 오는 11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할 수 없게 되면 분양가상한제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어 조합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디자인 규제 시범단지 되나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송파구 가락동479 일대 6600가구(34만9238㎡)를 8106가구로 새로 짓는 가락시영 재건축사업에 새 건축심의 개선안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1000가구 또는 10개동(棟)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체 동수의 30% 이상은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
또 한 단지에 고층과 중층,저층 등 다양한 층수의 아파트를 균형 있게 배치해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조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락시영이 시에 제시한 건축계획은 대표적인 '성냥갑 아파트'로 꼽히는 옛 잠실주공 재건축 단지들과 큰 차이점이 없다"며 "8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데,디자인이 기존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면 시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건축심의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지는 이미 작년 5월에 재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이미 다섯 차례나 건축심의를 신청했지만,그때마다 반려돼 조합 측의 불만이 높은 상태다.
더욱이 새 개선안 적용 시점 이전에 건축심의를 신청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서울시의 새 재건축 심의안을 지켜야 할 의무가 전혀 없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가락시영의 경우 시가 디자인 심사 강화 방침을 발표하기 이전 건축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원칙상 이를 액면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건축심의 과정에서 새 심의안을 충족시키는 수준의 디자인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 포함 가능성
이에 대해 재건축조합 측은 "서울시가 디자인을 핑계로 집주인들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제출된 계획안에서도 아파트 디자인을 크게 네 가지 타입으로 다양화하고 층고를 달리하는 등 차별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서울시가 이미 동 배치 등의 문제로 다섯 차례나 건축허가를 보류해 놓고 이제 와서 아파트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합 측은 시울시의 디자인 심사 강화 방침을 반영하려면 물리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올 11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시와 조합 측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 보합세에 머물고 있는 이 단지의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락시영아파트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등이 시공을 맡아 호수공원과 녹지를 갖춘 90개동,지상 10~30층 8106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