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스며드는 콘크리트를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해가 뜰 때와 질 때 색깔이 바뀌는 콘크리트는 또 어떻습니까.

이런 '꿈의 콘크리트'가 적용된 건물들을 한국인들도 머지 않은 시기에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적인 건축자재 기업인 프랑스 라파즈 그룹의 자크 루카지 R&D(연구·개발) 수석 부사장과 과학 담당 임원(Scientific Director)인 폴 액커 박사는 11일 콘크리트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라파즈한라시멘트가 마련한 '21세기 콘크리트 혁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7일 방한한 두 사람은 세계 콘크리트 업계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인물들.루카지 부사장은 프랑스 명문 에콜 폴리테크닉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거쳐 현재 라파즈그룹의 R&D를 총괄하고 있으며,1998년 '프랑스 최고 과학상'을 수상한 액커 박사는 민간 연구소를 거쳐 지난해 라파즈에 합류했다.

루카지 부사장은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꿈의 콘크리트'는 하나씩 상용화되고 있다"며 "광섬유를 활용해 빛이 투과되는 콘크리트와 색상이 변하는 콘크리트도 이미 개발한 상태"라고 말했다.

'21세기 콘크리트'에 대한 루카지 부사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라파즈가 최근 개발한 '아질리아'란 이름의 콘크리트는 '자기 수평조절' 기능이 있어요.

물과 혼합한 뒤 바닥에 뿌리면 마치 꿀처럼 스스로 평평하게 펴집니다.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 밀대를 이용해 평평하게 만드는 '공그리 작업'이 필요없어진 셈이죠."

루카지 부사장은 이 밖에 △먼지 나지 않는 시멘트 △소음 방지 콘크리트 △균열 없는 콘크리트 등 혁신적인 제품들이 순차적으로 개발됐다고 소개했다.

루카지 부사장은 "혁신적인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라파즈는 매년 2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R&D에 투자한다"며 "앞으로 개별 제품들의 장점을 한데 담은 콘크리트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초고층 건물로 화제가 옮아가자 초고강도 콘크리트 분야의 권위자인 액커 박사가 말문을 열었다.

라파즈가 개발한 초고강도 콘크리트인 '덕탈'은 일반 콘크리트보다 압축 강도가 6~8배 높은 덕분에 철강을 대신하는 초고층 건물의 핵심자재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덕탈은 2003년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선유도에 세운 '선유교'에도 적용됐다.

"길이 125m짜리 선유교가 3cm 두께의 상판만으로 그 많은 사람들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는 건 덕탈 덕분입니다.

덕탈을 활용하면 건물의 외벽 두께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도 절반에 불과한 친환경 제품이지요."

덕탈은 현재 초고층 빌딩에 주로 쓰이는 철강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게 액커 박사의 주장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내구성도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식이 일어나는 철강과 달리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포인트다.

덕탈은 현재 유럽 미국 중국 등지에서 초고층건물 및 교각 건설에 활용되기 시작했으며,머지 않은 시기에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액커 박사는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