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인재는 일할 환경만 좋다면 세계 어디든지 간다.

" 제2회 연세대 노벨포럼을 찾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은 10일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좌담회에는 노요리 료지 일본 나고야대학 석좌교수(2001년 화학상),배리 샤플리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석좌교수(2001년 화학상),조지 스무트 UC버클리대 교수(2006년 물리학상)가 참석했다.

사회는 연세대 김유삼 대학원장이 맡았다.


△사회=한국에서 현재 고급 두뇌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국으로 유출됐지만 지금은 중국으로도 빠져 나가고 있다.


△스무트=미국도 역시 중국에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

이들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도전하고 있다.

학생들은 산업 현장이든 연구소든 일할 기회,연구할 기회가 많은 곳으로 간다.

문제는 '어디에 기회가 있느냐'다.

한국이 두뇌 유출을 우려한다면,한국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고급 인력에게 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제자 중에 닥터 정이라는 한국인이 있었다.

학업을 마친 그에게 '한국에 돌아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는 일할 곳이 없다'며 '미국에 남겠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노요리=국가 간에 고급 인력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학문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가능한 한 많은 나라의 인재들이 서로 섞이는 것이 좋다.

미국도 중국에 인재를 뺏긴다고 하는데,사실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미국에 인력이 쏠린 것이 사실이다.

현재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유럽 출신 인재는 4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놀라운 수치 아닌가.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본다.


△스무트=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에 본사나 주요 지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웃음)


△노요리=일본의 경우 문제가 조금 다르다.

젊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들지를 않는다.

좀 밖으로 나가야 할 텐데,지금은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비슷하다.

또 해외 인재의 유입도 적다.

전체 학생의 1.4%만이 외국인이다.

이건 너무나 적은 수치다.

사회가 닫혀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해외 인재들도 '가족과 떨어져 있어 행복하지 않다'거나 '자녀가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데 힘들어 한다'고 토로한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학생을 포함한 주니어 과학자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시니어급이 되고 나면 가족이 있기 때문에 타지 생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젊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훌륭한 국제적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에 꾸준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초 과학분야 투자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기초과학에 어느 정도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가.


△스무트=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초과학 예산 비중은 전체의 2% 안팎이다.

예외적으로 싱가포르는 기초과학 분야에 상당한 투자(3%)를 하고 있다.

미국은 2%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1%를 더 얻기 위한 고투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한국이 3%를 기초과학 예산에 투자하고 있다면,기다려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20년 후에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누적적으로 총 얼마를 투자했느냐'이다.

또 한국이 어떤 산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제약산업의 경우 전체 순이익의 6~7%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국가의 주력 산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적절한 기초 과학예산 비중'의 기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샤플리스=제약산업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지금도 이미 일부 분야에서 지나치게 많은 예산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은 이미 충분하게 있는데 자꾸 여기저기서 새는 일이 많다.


△스무트=예산 배분에서 포트폴리오를 잘 짜면 되는 문제다.

다만 예산에는 항상 '목적(타이틀)'이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쓰는 돈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연구자들은 예산을 가지고 지나치게 실패할 위험이 높은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가능하면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향으로,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정부는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야에는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는 골고루 다양하게 지원하는 2가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사회=정부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핵융합 연구처럼 과학자들을 동원해서 대형 프로젝트(빅 사이언스)를 추진하는 것과 개별 과학자의 연구에 보다 많은 돈을 지원하는 것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하나.


△노요리=어느 쪽도 소홀하지 말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핵융합을 국가적으로 대폭 지원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핵융합 시설은 한 나라에 하나만 있으면 되는 집중된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들은 반드시 서로 경쟁적인 관계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앞으로는 좀 더 협력적인 관계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샤플리스=왜 반드시 대형 프로젝트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최고 결정자가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나도 그들이 현명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연구를 지속하다 보면 그 중 뛰어난 것이 나오게 마련이다.

개별 연구자에 대한 지원에 보다 열정을 쏟아야 한다.


△사회=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이나 정부 등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샤플리스=거의 모든 신문들이 매일 한 페이지를 스포츠에 할애한다.

그렇지만 과학 면을 매일 만드는 곳은 없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가 보통인 것 같다.

만약 언론에서 좀 더 과감하게 매일 과학기술을 소개하고 이 같은 기술로 성공한 하이테크 기업의 광고를 싣는다면,젊은 사람들이 좀 더 과학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것이다.


△스무트=젊은 과학도들에게 가능하면 연구 영역을 자꾸만 좁혀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영역에서 대가가 돼야 한다.

예컨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공격하는 자기 항체를 연구한다고 치자.암을 비롯해 수많은 질환이 이 항체와 관련이 있다.

인종,성별,연령별로 병의 징후도 다 다르다.

이것을 다 공부하고 꿰고 있어야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과학자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범위를 크게 좁혀서 한국인과 중국인에게서 이 세포가 유전적으로 차이를 가지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바로 옆에 버티고 있는 한국은 세분화·전문화된 연구가 특히 더 중요하다.


△노요리=과학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사람이 통제하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젊은 과학도들이 이 같은 점을 유념하면서 '안전한 과학','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을 추구하길 바란다.

이상은/오춘호 기자 selee@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