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제가 기획ㆍ자문해서 준공을 앞둔 에너지 절감형 주택이 국내에 널리 보급되는데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ㆍ도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원인 윤용상 박사는 조금 들떠있었다.

국내 처음으로 실제 거주 주택에 적용해보는 '3.8리터 하우스'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8리터 하우스는 실내난방 목적으로 석유나 가스를 1㎡ 당 연간 3.8리터(ℓ)만 쓴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주택 연료소비량의 7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윤 박사가 에너지 절감형 주택으로 기획한 K씨 단독주택(경기도 파주시 SBS전원마을 인근)도 연면적 396㎡(3층)에 달하지만 연료소비량은 아파트 148㎡(45평형)과 맞먹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의 이론적 토대는 실내 열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도록 건물 외피를 단단히 감싸는 것이다.

마치 겨울철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온이 잘되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윤 박사가 기획한 단독주택을 직접 보면 다른 주택들과는 달리 창이 작아서 두꺼운 옷을 입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단독주택의 외피는 단순히 두껍기만 한 옷이 아니라 보온 성능이 뛰어난 옷으로 무장됐다.

윤 박사는 "이 단독주택의 벽체, 바닥, 천장의 열관류율(단열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로 수치가 낮을수록 성능이 뛰어남)은 현행 건축물 설비기준 규칙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최고 2.9배까지 높게 설계됐다"며 "초기 건축비용은 다소 비싸더라도 에너지 비용절감을 감안하며 향후 5~6년 안에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밀성능이 뛰어난 독일식 시스템 창호, 미국 에너지효율 등급 인증제도에서 1등급을 획득한 현관의 문,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 거실 및 침실 환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하는 장치들도 이 단독주택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요소들이라는 게 윤 박사의 설명이다.

이 단독주택의 외피가 단단히 쌓였기 때문에 집 안이 어두울 것이라고 짐작하면 큰 오산이다.

실내에 광정(光井, Light Well)을 두어 조명장치의 도움 없이도 밝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윤 박사의 부인이기도 한 명지대 이명주 교수가 에너지 절감형 주택에 어울리는 건축 설계를 제공한 덕택이다.

윤 박사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데다 실내 환경이 쾌적하다는 요소는 수치로 계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 박사는 2004년 독일 베를린공대 건축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에너지 및 실내공기질 분야에서 명성 있는 릿첼-헤르만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내기도 했다.

윤 박사는 "국내 에너지 절감 건축연구 및 적용사례가 독일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단독주택 건축을 계획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의뢰가 있으면 에너지 절감형 주택으로 지을 수 있도록 언제든지 자문해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