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제살깎기'경쟁 탓.. 회사채 시장 발달해야

우리나라 은행들은 예대금리를 산정할 때 시장금리의 변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면서 기업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예금금리는 시장금리에 근접하도록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0일 조사통계월보 8월호에 실은 `시장금리와 은행 예대금리의 연계성 분석'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대출 금리와 장기시장 금리간 조정 규모(-0.049)가 유로지역의 평균(-0.260)의 20%에 불과했다.

또 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유로지역 평균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조정 규모란 단위 기간 동안 조정되는 금리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절댓값이 클수록 은행 예대금리가 시장금리 변동에 맞춰 신속하게 조정돼 금리연계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예금은행들이 유로지역 은행보다 시장금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기업대출 금리를 비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채 등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이 원활하게 경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이 직접금융이 발달했다면 유로지역은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간접금융이 발달한 곳이다.

분석 결과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특정 은행의 시장지배력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할 수록, 업무영역이 다각화하거나 외국인 주식소유비중이 높을 수록 금리 연계성이 저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부 은행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은행산업 구조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은행대출은 담보인데 반해 채권은 무보증으로 발행되는 상황에서는 금리차로 인해 간접금융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면서 "증권회사에 회사채 지급보증 업무를 다시 허용하거나 채권보증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등 중소기업 발행 회사채를 대상으로 신용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의 결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에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향후 은행 수익성이 악화돼 금리를 올릴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직접금융시장이 균형있게 발달해야 ▲성장성 높은 기업의 선별 ▲위험분산▲자금조달비용 최소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