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론스타펀드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키로 계약을 맺음에 따라 공은 이제 법원과 금융감독위원회로 넘어갔다.

법원의 판결과 금감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에 따라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고 인수 시도가 불발에 그칠 가능성도 있어서다.

금감위는 HSBC의 발표가 나온 직후인 3일 저녁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매각 승인 검토가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금감위가 검토의 전제로 내세운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까지는 경우에 따라선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내년 4월 말까지 금감위로부터 승인을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작성된 HSBC와 론스타 간 계약서는 휴지가 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SBC가 계약을 체결하고 승인 요청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 재판상황에 대한 면밀한 계산과 금감위가 승인을 거부할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금감위 "판결 전 승인 불가"

홍영만 금감위 홍보관리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갖고 "(HSBC가 요청해 오더라도) 재판과 관련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검토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 관리관은 "현재 외환은행 매각 비리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재판결과에 따라 기존 법류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위는 이처럼 판단하고 있는 것이 반(反)외자정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관리관은 "금감위는 2004,2005년에 칼라일과 뉴브릿지가 국내 은행을 외국계 금융자본(씨티와 SCB)에 매각하겠다고 요청했을 때 인가를 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 1심판결 시점부터 관건

법원은 현재 외환은행 및 론스타와 관련해 2건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2003년 당시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3명에 대한 공판과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공판이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르면 올 연말 안에,늦으면 내년께 나올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1심 판결이 만약 내년 4월30일 이후 나오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무산된다.

HSBC와 론스타 간 계약이 4월30일까지 금감위 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1심이 이 이후에 나오면 금감위는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심 판결이 4월30일 이전에 나온다 하더라도 검찰이 패소하는 결과라면 HSBC 입장에선 불리하다.

검찰이 항소에 나서고 최종 판결이 4월30일을 넘길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2심에서도 진다면 최종 판결은 지금으로부터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1심 판결이 내년 4월30일 이전에 나오고 론스타가 패한다면 HSBC로선 오히려 최선의 결과다.

론스타가 항소를 포기하면 금감위가 론스타에 10%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한 매각 명령을 내릴 것이고,이에 따라 HSBC는 뜻대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HSBC 무슨 속셈인가

금융계 관계자는 "HSBC가 론스타와 협상을 전개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를 모두 마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의 전제인 금감위 승인 시점을 내년 1월31일과 4월30일로 정해 놓은 대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HSBC와 론스타는 법원 1심 판결이 내년 초께,내용은 론스타에 불리한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별도로 HSBC가 다소 무리라는 평가까지 받으면서 '조건부계약'을 작성한 것은 외환은행이 한국에서 대형 금융회사를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HSBC의 명성이라면 금감위가 승인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자신감도 깔고 있다는 진단이다.

백광엽/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