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 가을은 분양가상한제 등 정책변화가 유난히 많은 시기인데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이사철과 맞물린 가을 부동산시장의 경우 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통상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점을 감안해 올 가을 부동산시장 전망을 분야별로 진단해본다.

아파트 '맑음'

상한제ㆍ가점제로 매수세 자극

청라지구 등 유망물량 쏟아져

주택시장은 9월부터 시작되는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올해 4만가구 이상으로 추산되는 처분조건부 매물과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등이 주택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일단 보합세 수준에서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처분조건부 매물 등 악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여전히 대기 수요가 풍부해 급격한 하락세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바닥 다지기 상황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역시 매수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내집마련 욕구가 강한 무주택자들이 보다 싼 가격에 신규 분양받을 수 있는 이들 두가지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 이후 인천 청라지구,파주신도시,은평뉴타운 등 유망지역에서 분양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청약시장은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기존 주택시장도 분양가상한제의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통한 가격 인하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청약 대기자들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릴 확률이 높아서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양주 고읍지구나 남양주 진접지구는 지자체가 분양가를 규제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았다"며 "앞으로도 분양가 인하의 핵심인 땅값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생각보다 가격이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자금여력이 많지 않은 무주택자들 입장에서는 가격인하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7~10년씩 걸리는 전매제한 기간을 인내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주택시장은 상반기에 관망했던 수요자들이 점차 기존 주택 매수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유망 지역 아파트나 재개발 지분 투자가 유망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상가 '안갯 속'

땅값 올라 상가 분양가 고공행진

수익성 악화로 시장 갈수록 침체

상가시장은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상가를 지을 만한 수도권 땅값이 택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솟는 바람에 신규 상가 점포 분양가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점포 임대료도 상승세여서 상가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예컨대 강남역 일대 20㎡짜리 점포는 매매호가가 16억~17억원에 달한다.

3.3㎡당 8000만원 꼴이다.

특히 택지지구 상업용지의 경우 땅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최근 입찰이 진행된 판교 중심 상업용지 낙찰가격은 최고 3.3㎡(1평)당 9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화성 동탄 택지지구나 용인 동백지구 상업용지 최고 낙찰가보다 3배 정도 비싼 금액이다.

이 같은 땅값 상승으로 신규 상가시장은 '분양가 상승→투자자·세입자 외면→수익성 악화→상가시장 침체'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규 상가 공급 과잉까지 겹쳐 미분양 점포가 아직도 많다.

기존 상가 거래도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침체조짐이 지속되고 있다.

올 가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유영상 상가114 소장은 "상가를 투자하려는 대기 수요는 아직도 있지만,가격상승이 심화되면서 적당한 투자대상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투자한 상가들도 임차인을 못 구해 수익률이 저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가와 비슷한 수익형 임대상품인 오피스텔은 요즘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상가보다 투자비용이 높지 않은데다 주택에도 포함되지 않아 양도세 등 세제부담이 적은 탓이다.

특히 최근 청약가점제 실시로 무주택기간 점수를 높이려는 일부 실수요자들이 '징검다리'차원에서 오피스텔을 선호하면서 임대료도 상승하는 추세다.

토지 '점차 갬'

'양도세 완화' 서서히 기지개

실수요자 가세 거래 활기

양도세와 토지거래허가요건 강화 등 강력한 정부 규제로 초토화됐던 토지 시장은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 움직임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부동산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감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금부담이 적어진 매도자들도 조금씩 매물을 내놓고 있다.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는 지역은 주로 경기 남부와 동부 일대로 평택,오산,안성,이천,여주,용인 등이 대표적이다.

최문섭 서울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양도세 완화로 매물이 늘어나는 등 시장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며 "더욱이 실수요자들이 가세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점차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도 "종전처럼 시세차익 목적의 투자자보다는 공장 건립목적 등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매수주문이 늘고 있다"며 "가을을 고비로 얼어붙었던 토지시장이 제한적이나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