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을 위한 무주택 서민들의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겁다.

실제 지난 24일 문을 연 남양주 진접지구 동시분양 모델하우스에는 3만여명이 몰리는 바람에 주변 도로가 막혀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반도유보라팰리스 모델하우스도 지난 주말에 2만6000여명의 실수요자들로 북적거렸다.

경쟁률도 길음뉴타운 등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단지에선 최고 수천 대 1 내지 수백 대 1을 넘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아파트 청약바람이 거셌던 과거 성수기 때를 방불케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는 9월부터는 무주택 서민들이 한층 싼 가격으로 더 쉽게 내집마련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해왔던 것에 비춰보면,9월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청약바람은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상 여름철이 부동산시장의 비수기로 꼽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불리해지는 젊은층이 대거 청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점제에서는 45점은 넘어야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 아파트 당첨이 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지만,30대 이하 연령층은 태반이 가점 10점 이하이고,많아봐야 기껏 30점이 고작인 상황이다.

부모님을 모시면서 아이들을 여럿 낳으며 앞으로 5년 이상은 더 무주택자로 살아야 당첨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점제는 30대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런 형편이니 젊은층이 9월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는 분양가상한제도 남의 일이다.

당첨기회 자체가 크게 줄어든 판에 분양가가 낮아져봐야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집을 갖기까지 머물러야 할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불안한 것이 이들에게는 더 걱정이다.

물론 장기 무주택 세대주에게 당첨기회를 많이 주는 청약가점제의 시행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특정 계층의 일방적인 희생이 따르는 것이라면 곤란한 일이다.

같은 무주택 서민이면서도 더 어렵고 더 비싸게 내집을 마련해야하는 젊은층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