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에 휘말린 복제약에 대해 최장 12개월까지 판매를 중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국산 후발 의약품들의 시장진입이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약값 부담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26일 제약업계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특허와 허가를 연계시키기로 함에 따라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이 후발 업체의 유사 성분 의약품에 대해 특허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해 12개월 동안 품목허가를 중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 상위 제약사의 관계자는 "국내 업계의 피해를 고려해 허가정지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던 김종훈 대표의 약속과 달리 정부는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후발 의약품에 대해 12개월 또는 그 이상 동안 허가를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 역시 "외교통상부에서는 12개월 이상 허가가 유예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정부는 후발 의약품이 분쟁에서 이길 경우 시장진입에 대한 노력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허가 후 3개월 동안은 또 다른 제품에 허가를 부여하지 않는 일종의 독점권을 부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신약의 특허권을 가진 다국적 제약회사가 후발 의약품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할 경우 후발 의약품은 재판부의 판결이 날 때까지 최장 12개월 동안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현재는 식약청의 품목허가와 특허는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특허 침해 소지가 있는 의약품도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며 특허분쟁이 발생한 이후라도 허가를 받은 제품의 경우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판매가 가능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 신약의 물질특허가 끝나면 신약과 성분이 같거나 일부 변형된 '제너릭(generic) 의약품'을 출시하고 있다.

다양한 제너릭이 출시되면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므로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허가와 특허의 연계에 동의함에 따라 신약의 특허가 유지되는 동안은 다른 제품이 허가를 받을 수 없어 제너릭 약품의 시장진입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수준이 되리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약효성분의 원천특허가 끝난 이후에도 동일한 약품에 대해 각종 부수적인 특허를 추가로 출원해 독점기간을 늘리고 있어 제너릭 제품 시장출시를 더욱 지연시키고 있다.

물질특허가 끝난 후에 국내 제약사들이 제너릭을 개발하더라도 신약 회사가 다른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경우 허가-특허 연계에 따라 시장에 진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분쟁이 진행 중인 사노피아벤티스사의 혈전 치료제 '플라빅스'.
플라빅스의 성분인 '클로피도그렐'의 물질 특허는 이미 만료됐지만 회사가 물질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클로피도그렐의 광학이성질체' 등 다양한 세부 사안에 대해 추가로 특허를 출원해 특허를 2011년까지 연장했다.

광학이성질체란 분자식은 동일하지만 3차원 구조 차이로 인해 빛을 회전시키는 방향이 다른 물질을 말한다.

현재 사노피아벤티스는 국내 10여개 제약회사외 특허분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엿가락 특허' 전략을 막을 수단이 없다"며 "당초 협상단의 약속대로 허가중지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나마 국내 제약업계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