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사상최대…실적 '잔치'

증권사 CMA로 예금이탈 '불안'

종합금융그룹化로 돌파구 마련

주요 시중은행들이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은행권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 들어 자산을 대폭 늘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규모에 관한 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국민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크게 늘린 기업은행도 하나은행을 바짝 쫓으며 은행권 '빅 4'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외형은 최고치를 경신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어 은행권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증권사로 몰리는 이탈 자금을 막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고비에 놓였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불안한 실적잔치

신한금융그룹은 상반기 순이익이 1조6464억원에 달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금융도 상반기에 그룹 출범 이후 최대치인 1조504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기업은행도 상반기 중 올해 전체 순익목표인 1조2000억원의 70.4%에 달하는 845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 역시 올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40% 늘어난 71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2분기 순익은 1분기에 비해 일제히 급감세를 나타냈다.

1분기에 LG카드 주식매각 이익이 약 5조원에 달했지만 2분기에는 이 같은 일회성수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6866억원으로 1분기에 비해 28.5% 줄었다.

우리금융은 1분기 8870억원에서 2분기엔 6173억원으로,하나금융은 1분기 4402억원에서 2735억원으로 각각 30%와 37%씩 줄었다.

기업은행 순이익도 같은 기간 중 5244억원에서 3206억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민은행은 4400억원의 법인세 지출까지 겹치면서 2분기 순익이 236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상반기 전체 순이익도 1조418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10.2% 줄었다.

◆가열되는 리딩뱅크 각축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2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확보하며 그동안 규모에 관한 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국민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자산(신탁계정 포함)은 221조원으로 작년 말(210조5000억원)보다 약 11조5000억원(5%) 늘었다.

아직까지는 신한은행(199조원)이나 우리은행(196조원)에 비해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격차는 20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그룹 전체로 보면 우리금융이 총자산 264조원으로 신한금융(259조원)이나 하나금융(140조원)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은행권 4위 다툼도 더욱 치열해졌다.

기업은행은 자산을 119조원으로 늘려 하나은행(133조원)을 바짝 뒤좇고 있다.

◆수익성 하락 속에 은행권 위기

이런 각축전 속에 은행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전통적인 수입원인 이자마진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은행의 최대 자금조달원인 저원가성 예금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속속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최근 월례조회에서 "현재 은행권 수익의 상당 부분,심하게 보면 50%까지 버블일 수 있으며 이런 버블은 길어야 2~3년 안에 끝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다.

실제로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보다 하락했다.

다만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이 1분기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하나은행은 1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또 상반기 중 은행권에서 23조원의 자금이 이탈하고 은행의 영업활동을 통한 경상적 이익창출력을 보여주는 구조적 이익률도 지속적인 하락세다.


◆돌파구를 찾아서

은행들은 위기의 돌파구를 종합금융그룹화와 해외 진출에서 찾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가 없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증권사 인수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KGI증권 인수에 실패한 뒤 한누리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최근 월례조회를 통해 "중소기업의 금융니즈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종합금융그룹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증권사 인수나 설립을 적극 검토해햐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시중 은행들은 특히 글로벌 은행에 비해 영업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신흥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은행(IB) 강화나 해외시장 개척 등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장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