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2.포르투갈)는 그야말로 '공격 종합선물세트'였다.

20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맨유와 K-리그 FC 서울의 친선경기에서 선발 출격한 호날두는 전반 45분을 소화하는 동안 훌륭한 공격수가 가져야 할 모든 능력을 선보이며 1골2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화려한 개인기가 응집돼 있는 호날두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여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맨 먼저 보여준 건 빠른 드리블에 이은 정확한 슈팅.

호날두는 전반 5분 웨인 루니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넣어준 패스를 이어받아 아크 쪽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볼의 흐름과 골문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아크 쪽으로 툭툭 치고 들어가는 호날두의 앞에 서울 수비수 2명이 막아섰다.

슈팅 찬스를 주지 않으려는 시도였지만 호날두의 스피드에 당할 수 없었다.

호날두는 두 세 차례 치고 들어가다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강력한 캐넌포를 날렸고 볼은 그대로 골문 왼쪽 구석으로 꽂혔다.

서울 수문장 김병지가 몸을 날려봤지만 칼날 슈팅은 빈 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두번째는 화려한 개인기와 동료 및 수비수의 움직임을 읽는 넓은 시야, 최종 패스 강도와 길이의 정확성이었다.

전반 18분 아크 앞에서 볼을 잡은 호날두는 자신의 뒤로 돌아가는 크리스 이글스를 보자 발 뒤꿈치로 슬쩍 밀어줬고 이를 이글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비슷한 장면은 2분 뒤 또 나왔다.

서울 진영 미드필드에서 다시 드리블을 하며 쇄도하던 호날두는 오른쪽에서 루니가 들어가는 걸 보면서 페널티 박스 가운데로 스루 패스를 밀어줬고, 루니는 수비수를 2차례의 페인트 동작으로 따돌린 뒤 골을 폭발시켰다.

호날두의 이날 플레이는 조지 베스트에서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등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유의 7번 계보를 잇는 간판 공격수답게 화려했다.

특히 2006-2007 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특급 스타의 명성을 증명하며 국내 팬들을 열광케 했다.

팬서비스도 확실했다.

전반 초반 왼쪽 측면으로 볼이 터치 아웃되자 호날두는 볼을 허리 높이까지 띄워 '공중 헛다리 짚기'를 한 뒤 다시 발등 위에 올려놓는 묘기를 선보이며 환호성을 자아냈고, 후반에 교체 아웃돼 벤치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면 박수로 화답하며 뜨거운 응원에 답례했다.

호날두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었다.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며 "상대 선수들도 동료인 박지성처럼 훌륭했다.

앞으로 박지성 같은 선수가 더 나올 것 같고 이는 맨유 같은 빅클럽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와 지난 17일 J-리그 우라와 레즈와의 경기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큰 차이는 없다.

유럽에 비해 체격이 작지만 재빠르게 움직여 상대하기 어려웠다"며 "다른 축구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우리 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