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독-네덜란드-덴마크도 테러공격 가시권

미국 백악관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올 여름 미 본토에 대한 테러공격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잇단 보도와 관련해 11일 "특별히 신뢰할 만한 테러 위협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반박,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정부군이 이슬라마바드의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를 점거해온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을 유혈 진압한 뒤 알 카에다가 파키스탄 정부를 상대로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나선 것에 때맞춰 영국과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친(親)파키스탄 국가들에 대한 테러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미 테러전문가들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 알 카에다 근거지를 공습하고 테러 지도자들을 살해하는 등 조직와해에 나섰지만 최근 테러분자들의 잦은 훈련과 자금 유통, 통신 확대 등 눈에 띠는 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팀장이었던 존 크린건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에 출석, "알 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 파키스탄 내 통제불능 지역에 피신처를 잘 구축한 것으로 판단되며 훈련과 자금, 통신 등 모든 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알 카에다가 대미 공격을 마치 홈런을 친 것처럼 간주할 것"이라며 "유럽을 통해 미국으로 침투하는게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은 단독 입수한 문건을 통해 미 당국이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 알 카에다가 9.11이후 유례없이 왕성한 활동역량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으며 '알 카에다의 대서방 테러가능성 평가'라는 5쪽짜리 보고서를 토대로 12일 백악관에서 대책회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NN도 알 카에다가 지난 2001년 이후 일찍이 보기 힘들 정도의 조직기반을 재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ABC는 고위 정보 관리들의 말을 인용, 알 카에다의 세포조직 요원들이 미국을 향해 떠났거나 이미 입국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보도했다.

기밀로 분류된 이 보고서는 특히 알 카에다가 테러 전사들을 키워내기 위해 지난 2001년 이래 가장 강도높은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서 이들 정보에 관한 심대한 인식차 때문에 미 당국들이 알 카에다의 잠재적 또는 계획된 테러공격에 대해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마이클 처토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카고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올 여름 점증하는 테러위협에 휩싸여 있다는 육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 테러위협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토니 프래토 백악관 부대변인은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의 새로운 테러 위협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관계부처 테러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는 ABC 방송 보도에 대해 "이미 계획된 정례적 회의일 뿐이며 국가안보 관련 고위 관리들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프래토 부대변인은 "미 본토에 대한 임박한 테러위협 징후라고 해석할 만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없다"면서 "처토프 장관이 그런 육감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는 알 지 못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