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 있으면 좀 주세요."

민주노총 및 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이 뉴코아와 홈에버 매장 12곳에 난입해 영업을 중단시킨 8일,이랜드 관계자는 향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1일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근거,합법적으로 조치를 취했을 뿐인데 막대한 매출 손실에다 '노조 탄압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데 따른 억울함이 배어 있었다.

이랜드의 또다른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에 관한 한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을 기업이 도맡은 느낌"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가 기업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랜드 사태'가 불거진 것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비정규직법안이 계기가 됐다.

뉴코아 비정규직 직원과의 계약을 해지,이들을 대신할 용역직 사원을 고용키로 한 것.홈에버는 현 시점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선별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야 할 위기에 처하자 노조는 매장 점거라는 '극약 처방'을 택했다.

회사로선 '법대로' 했을 뿐인데 결과는 65억여원의 매출 손실로 이어진 것.이랜드 관계자는 "캐시어들을 용역직으로 전환한 기업이 우리만이 아닌데 민주노총이 왜 이랜드만 갖고 늘어지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과 정부 간 싸움에 기업만 등터지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비정규직법안을 강행한 게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업 및 노동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인 만큼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사전에 '시나리오'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세계처럼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이 있는 회사가 있는 반면,상당수의 기업들은 고용 조건 변화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준비가 미흡했다면 '애프터 서비스'라도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랜드 사태를 보면서 남 일 같지 않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