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은 그 내용이 미흡(未洽)하기 짝이 없다.

민영화에 대한 정책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고,유사·중복기능을 가진 금융기관 간의 통·폐합을 뒷전으로 미룬 채 일부 기능조정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책은행의 민영화는 과감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부문의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대형투자은행으로 키운 뒤 2015년께 매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대우증권을 대형투자은행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국책은행 자회사로 남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이는 산업은행 자체의 민영화까지 함께 고려해 볼 일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대규모 투자자금이 소요되거나, 수익성은 없지만 국가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분야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다.

때문에 민간이 경영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라면 민간에 맡기는 것이 옳다.

국책은행 자체의 민영화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일반 상업은행과 별반 차이가 없는 중소기업은행을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중소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발전시킨 뒤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설령 특정 분야에서 정책금융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범위는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난립'이라 할 만한 정책금융 지원기관들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통폐합으로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 재정낭비를 막고 중소기업들에 더 큰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업무조정도 이런 원칙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책은행을 일거에 민영화하거나 업무를 재조정할 경우 업무 혼란이나 조직의 동요가 우려돼 여건을 조성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대강의 일정은 그런 차원을 넘어 지나치게 늦춰잡고 있다.

어쨌든 국책은행은 물론 공기업의 민영화는 보다 과감히 추진되어야 한다.

결코 부처 이기주의나 퇴임 공직자들의 자리 확보 차원에서 다투고,판단할 일이 아니다.

국가경제의 사활(死活)이 걸려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