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盈敎 < 동국대 총장 youngfive@dongguk.edu >

미래 예측은 학문과 비즈니스 분야의 떠오르는 별이다.

마술적 점술로부터 벗어나 정밀한 통계와 정확한 판단을 결합시킴으로써 국가 기관이나 기업들의 전략 결정 과정에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곳은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CIFS)다.

여기 책임자인 롤프 얀센이 미래사회를 '이야기와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예견한 게 불과 8년 전이다.

감성과 이야기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얀센의 예견은 실제로 전 세계 기업들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예견을 실감나게 증명한 사례가 '해리포터' 시리즈다.

해리포터 이야기가 영국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연간 6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다.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 규모를 능가한다.

지구촌 전체가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산업화의 일꾼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유조선,플랜트 수출 못지 않게 '겨울연가','대장금' 등과 같은 우리의 이야기 상품도 각광을 받는다.

어느 날 눈 떠보니 '피 흘리지 않는 전쟁(bloodless war)'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우리가 걸어가는 무대는 산업혁명의 시대가 아니라 '이야기혁명'의 시대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 아내에게 전해들은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내가 잘 알고 있는 어느 주부에 관한 이야기다.

옮기자면 이렇다.

그녀는 아침마다 단골 슈퍼에 가서 우유를 산다.

우유를 살 때 진열대 앞 쪽에 있는 것을 고른다.

유효기간이 제일 짧게 남아 있는 우유를 일부러 사는 것이다.

자기가 사서 먹지 않으면 반품처리되거나 누군가 혹시 유효기간이 지난 우유를 먹게 될까봐 그런단다.

"그 여자 참 괜찮죠?" 하며 아내는 한마디했다.

"좋은 사람이네!" 무심결에 대답해 놓고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효기간이 제일 많이 남은,진열대 안쪽의 우유를 고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우유 선택 기준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었다.

그녀는 자원의 낭비를 염려했고,우유회사와 슈퍼의 이미지까지도 배려할 줄 알았다.

더 아름다운 게 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기의 선택에 대해서 호들갑스럽게 떠들지 않았으며 단지 조용하게 행동만 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아내가 일부러 묻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일 터이다.

보살이나 성자가 어디 따로 있나.

이 우유 여인이야말로 보살이요,성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무궁무진하다.

누군가를 영적으로 각성시킬 수도 있고 콘텐츠를 잘만 가공하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있다.

감동은 빵과 다르다.

빵은 나눌수록 자기 몫이 줄어들지만 감동은 나눌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