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동탄 제2신도시 예정 지역인 동탄면 중리에 있는 강판 도장 업체 유니온코팅은 신도시 발표 이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1만여평에 달하는 본사와 공장부지가 모두 토지 수용 대상에 포함돼 신도시 밖으로 공장을 옮겨야 할 처지이지만,새로 공장 설립 인·허가를 받기가 어려운 데다 컬러 강판을 생산하는 일반 제조업체여서 인근 산업단지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손구열 총괄이사는 "대기업(동국제강) 계열사여서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 공장 설립 인·허가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며 "더욱이 동탄 인근 땅값이 많이 올라 적당한 대체부지를 찾을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전할 부지를 찾는다고 해도 장치산업이어서 공장 이전에 1년반 이상의 시간이 걸려 그동안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막대한 영업 손실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유니온코팅처럼 동탄 제2신도시 예정 지역 안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신도시 발표 이후 공장 이전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전통 제조업체들은 대체부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여서 상황이 심각하다.

앞으로 신도시 내에 조성되는 산업단지는 물론 인근 평택산업단지 등도 첨단산업 단지여서 일반 제조업체들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할 곳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부지를 임차해 쓰고 있는 공장들은 토지 보상비를 한푼도 못 받은 채 새로 임대할 부지를 구해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더 나쁘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화성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동탄 제2신도시 예정 지역에 자리잡은 공장 운영 업체는 620여개에 달한다.

한국토지공사가 최근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9%가 이전을 거부했다.

수도권에서 이전할 부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이전으로 막대한 영업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이 딱한 업체들은 한둘이 아니다.

동탄면 청계리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테크윙은 지난 2월 용인 기흥구에서 이곳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공장 규모를 확장했지만,반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이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동탄에서 공장 설립 허가를 받는 데 1년반 가까이 걸렸는데 또 공장을 옮겨야 할 처지"라며 "직원들이 모두 동탄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옮길 만한 부지를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동탄면 목리에 자리잡고 있는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폐가스를 정화하는 장치를 생산해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목리지역 땅값은 평당 120만원 정도인데 평택이나 화성 등 다른 지역 공장부지는 평당 250만원은 줘야한다"며 "보상금을 받아도 이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처럼 문제가 많아 인근 일부 기업들은 사업 포기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에어백 제조업체 오토리브의 한국 법인인 오토리브코리아는 아예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GM대우에 내년부터 신규로 제품을 공급하기로 하고 지난 4월 동탄면 방교리 공장 증축까지 마친 상황에서 신도시 발표가 났다"며 "수도권 공장 설립이 까다로워 중국 이전을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동탄 제2신도시에 100만평 규모의 첨단 비즈니스파크를 조성해 이 지역 공장들을 일부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첨단산업 업체가 아닌 전통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이곳에 들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희망 기업에 한해 인근 평택 산업단지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평택 산업단지가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 목적으로 조성된 데다 이곳 역시 첨단 업종을 위주로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경기지방공사 관계자는 "국내 일반 제조업체들이 들어오면 기존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반발할 우려가 있다"며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화성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동탄 제1신도시 개발 당시에도 해당 지역에 있던 공장 수백여 곳 중 상당수가 공장이전을 포기하고 아예 사업을 접었다"며 "이번 제2신도시 개발 과정에서도 이런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수립하면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탄(화성)=임도원/정호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