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잇달아 전환하고 있다.

신세계는 대형 마트인 이마트(비정규직 4000여명)를 포함한 전체 비정규직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19일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이날 370여명의 사무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비정규직 3076명을 정규직화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7월부터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받지 않도록 한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막대한 인건비 추가 부담과 향후 업황이 악화됐을 경우의 고용 유연성 실종,노무관리 비용 등을 들어 완전한 정규직 전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회사인 홈에버와 뉴코아의 비정규직 처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 마트인 홈에버(옛 한국까르푸)는 직무급 제도라는 방식으로 기존 비정규직 3000여명 가운데 2년 이상 근무자 중에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킨 경우만 정규직화하겠다고 발표,노조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뉴코아는 노무관리 비용 급증을 우려해 비정규직을 전원 용역직으로 전환,사실상 해고하고 또 다른 방식의 계약직으로 새로 채용하는 안을 내놓아 마찰을 빚고 있다.

금융회사와 제조업체들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정규직(7285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2374명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직의 경우 비정규직 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현재보다 비용이 30%가량 증가한다"며 "정부가 전면 시행까지 2년간 유예기간을 준 만큼 2009년까지 시간을 갖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전자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비교 대상이 광범위하고 시각도 천차만별이어서 노사가 공감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보호법 시행 6개월 전에는 법안에 대한 검토를 끝내고 대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며 "얼마 전 24개 대기업을 모아 세미나를 열었는데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여러 상황으로 볼 때 비정규직에 대한 선별적인 정규직 전환책을 내놓거나,전원 정규직으로 바꿀 경우에는 부서 통폐합 등의 방식에 따른 인원 정리가 불가피해 노조와의 정면 충돌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