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칠성로 상권은 크게 칠성로 상점가와 중앙지하상가,동문시장 등 3곳으로 나눌 수 있다.

칠성로 상점가는 패션점들이 몰려 있는 전형적인 로데오거리다.

268개 점포가 들어서 있는 중앙지하상가는 인구 30만명이 움직이는 중소도시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동문시장은 제주항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에 힘입어 수산물을 주축으로 전형적인 재래시장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인구 55만명 중 제주시에는 30여만명이 살고 있다.

칠성로 상권은 제주시 사람들이 의류나 잡화 등을 살 때 필수적으로 들르는 패션 쇼핑 일번지다.

단 한 개의 백화점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 몇 개의 지역 백화점이 구제주를 중심으로 들어섰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칠성로에는 유명 브랜드 의류점들이 줄지어 선 가운데 '민들레 영토'와 같은 유명 음식점이 간간이 들어서 있다.

지상의 의류점들은 대체로 중고가,중앙지하상가는 저가로 차별화돼 있다.

가격대를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쇼핑공간이 나누어진 셈이다.

제주시 상권이 새로 개발된 신시가지로 일부 분산되고 칠성로 상권의 주력 소비자가 1020세대로 바뀌면서 비교적 값이 싼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남성 의류·잡화를 판매하는 '쿤'은 10평 규모 매장에서 하루 100만~12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재킷은 3만~4만원대,바지는 7만원대다.

이 가게 점주는 "단골 손님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게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1997년 4월 문을 연 '영캐주얼'은 70평 규모 매장에서 저가 의류,잡화,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매출은 월 평균 1억원 정도.점주는 최근 수년간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 오픈한 '돈까스 짱'은 45평 규모로 보증금 1000만원에 연세 800만원(월세 67만원)을 주고 있다.

하루 평균 100명 안팎의 손님이 찾고 있으며 객단가는 4000원 정도다.

이 매장 점주는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식사는 별로 안 하는 편"이라며 "12가지 메뉴로 손님들을 끌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세검정 숯불갈비'는 1995년부터 장사를 하고 있는데 16개의 테이블이 언제나 다 차는 편이다.

주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고 객단가는 1만원 정도.하루 120만~13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가게 점주는 "30곳이나 되던 음식점들이 다 나가고 지금은 몇 개만 남은 상태"라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20%가량 줄어들었지만 경쟁자가 없어 매출이 들쭉날쭉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중앙지하상가는 저가 브랜드와 보세 의류가 몰려 있는 쇼핑명소이다.

일부 점포는 지상의 유명 브랜드 의류점보다 장사가 더 짭짤하다.

지하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상가 관계자는 "1997년 이마트가 들어서기 전 상가 전체의 하루 평균 매출이 4억원 정도 됐지만,10년이 지난 지금은 2억원 정도로 절반가량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냉난방 시설을 갖추는 한편 유모차 대여 서비스,갤러리 운영 등 쾌적한 쇼핑공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의 하루 유동인구는 2만여명.주말은 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4만여명에 이른다.

아동복·남성복·화장품 20%,보세의류 60%,신발 잡화류 20%로 업종이 구성돼 있다.

지상에 위치한 칠성로에 비해 여름과 겨울에 특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지하상가상인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하루 평균 200명의 중국 관광객이 쇼핑을 하기 위해 몰려 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 매장은 중국 관광객이 매출의 30%를 올려주고 있다.

지하상가 통로 곳곳에 한자로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것도 중국 관광객을 의식한 마케팅 전략이다.

아동복 매장 '디플랜'은 한 달 평균 매출 2000만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김용선 사장은 "객단가는 5만원 정도로 주로 오후 2~6시에 손님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안에서도 비교적 노른자 상권에 위치한 'SMEX'는 티셔츠 한 장이 3만5000원 하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매장이다.

점주는 "1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00명이 들르는데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세 의류점인 '빠다 코코낫'도 단골 손님 위주 장사를 하고 있다.

원피스 한 벌이 보통 5만~7만원 정도 하는데 객단가가 20만원 이상이라고 매장 직원은 전했다.

제주=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