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스펜더(investor+spender)'가 움직이는 시니어시장은 분명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정보통신이나 패션은 물론 금융 건설 레저 등 모든 산업이 날로 팽창하는 시니어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 속도는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시니어시장을 담당하는 부서의 설치 여부만을 놓고 보면 0 대 6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본 대기업의 경우 60% 정도가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관련 부서를 만들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부서에서는 △시니어 산업과 관련된 정보 수집 △시니어 회원 및 고객 특별관리 및 지원 △시니어 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가장 효율적으로 시니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평가받는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본사에만 '헬스케어(health care)''호스피털솔루션(hospital solution)''라이프케어(life care)''푸드서비스(food service)' 등 4개의 시니어 관련 부서를 두고 있다.

여기에 자회사 형태로 9개의 시니어 관련 회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B2B 전문업체인 미쓰비시상사는 시니어 부서를 통해 고객 기업들이 고령층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제품 메이커인 마쓰시타는 'Age-free 추진부'를 만들어 시니어계층을 겨냥한 제품 개발을 담당하게 했다.

또 노인용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Age-free Life Tech'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금융 및 건설업체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 기업에서 시니어 부서를 두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으로,라인조직으로 직접 시니어 부서를 만든 회사도 있고 태스크포스팀 형식으로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중 시니어 전문 부서를 설립,운영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관심은 높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방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50세 이상의 고객을 전담하는 부서를 갖고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렇다'고 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시아나항공 LG생활건강 등 일부 기업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시니어마켓을 아직도 주변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뚜렷했다.

노후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30대 계층을 공략하는 게 급선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연령대별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 별도 부서 설립을 검토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건설 및 여행업계는 나름대로 부유한 계층을 공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건설업계는 시니어타운 건설을 위해,여행업계는 호화 크루즈 등 여행상품의 고가화를 추진하기 위해 이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니어 계층이 주 고객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한 만큼 이들을 관리할 부서를 따로 둘 필요가 있다"며 시니어 부서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