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내각의 낮은 인기는 일본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빈약한 지지 기반 속에 정권의 명운을 건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아베 정부는 유권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경제 이슈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금리 인상,소비세 인상,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이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미래 성장 기반을 위해선 긴요한 것들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논의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낙하산 인사 금지 등 공무원 개혁만큼은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연금 부실 관리와 불투명한 정치자금으로 상처받은 이미지를 공무원 개혁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5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세계 최저 수준인 연 0.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로(0) 금리에서 작년 7월과 올 2월 각각 한 번씩 올린 뒤 지금까지 금리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가 64개월간의 전후 최장기 확장 국면을 지나고 있고,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우려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팔짱을 끼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고,은행 돈을 빌려 쓴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아베 정부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이와증권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바람에 다른 나라와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그게 엔 캐리 트레이드(싼 엔화를 빌려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것)를 가속화시켜 엔저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낮추고 대신 소비세를 올리겠다는 방침도 논의만 무성하다.

세계 최고 수준인 법인세 실효세율(기업 이익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내리고,그로 인한 세수 감소는 소비세 인상으로 메우자는 주장이 많았다.

일본 정부의 세제개혁 자문기구인 세제조사회 고사이 유타카 회장도 그 같은 세제 개혁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하와 소비세 인상'이란 패키지 세제 개혁을 주저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로부터 '서민 호주머니 털어 기업을 도와주려는 것'이란 비난이 나올 게 뻔해서다.

미국 EU와의 FTA 추진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 타결 이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은 미국 EU와의 FTA 교섭을 서둘러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다.

경제산업성 등 경제부처에서도 게이단렌 주장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베 내각은 미국 EU와의 FTA에 소극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FTA에 따른 농산물 수입 증가에 반발하는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탓이란 게 일반적 해석이다.

연금과 정치자금 문제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는 공무원 개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강력히 추진했던 낙하산 인사 금지를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사회보험청의 연금 관리 부실도 결국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때문이란 여론의 비판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공무원법 개정을 위해선 임시국회의 회기 연장도 불사할 방침이다. 그럴 경우 7월22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는 일주일 연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에게 인기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야당들의 강력한 반발로 공무원 개혁법안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