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환자 1천128명 조사.."체외배출 치료 받아야"

재생불량성빈혈과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수혈 치료에 의존해야 하는 혈액환자 30%는 체내에 철이 축적돼 장기에 손상을 주는 '철중독증' 상태라는 보고가 나왔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 등 전국 7개 의료기관 연구진이 지난 2월 이전 6개월 이내에 재생불량성빈혈과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천128명을 대상으로 '만성 수혈로 인한 국내 철중독증 발병 현황'을 조사한 결과 29.3%인 331명이 철중독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철중독증 환자 중 29.3%(97명)는 이미 1가지 이상의 장기 손상이 발생해 혈액질환과 철중독증으로 인한 장기손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중독증이란 반복적인 수혈 과정에서 체내에 들어온 철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 속 장기 등에 축적돼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수혈팩 1개 당 200~250㎎의 철이 들어 있으며, 인체에는 다량의 철을 제거하는 기능이 없어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으면 철중독증에 걸릴 수 있다.

질환 별로는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 333명 중 39.3%(131명)와 재생불량성빈혈환자 795명 중 25.2%(200명)가 철중독으로 진단됐다.

가장 흔한 장기 이상은 만성간질환(54.6%)이며 당뇨병/당내불성(46.4%), 피부 색소침착(18.6%), 심기능 이상(16.5%), 성선기능 이상(12.4%), 뇌하수체 이상(10.3%)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질환 환자들의 절반 정도만 철을 체외로 배출 시켜주는 '철킬레이션 요법'을 받은 적이 있었으며 이들 중 90% 이상이 비정기적으로 사용해 예방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욱 교수는 "잦은 수혈을 받아야 하는 혈액질환자들의 경우 철중독증으로 인한 장기 손상 등의 합병증을 겪을 수 있으므로 수시로 철수치 확인이 필요하다"며 "철중독증으로 인한 장기 손상을 막고 골수이식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혈액질환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고 철을 체외로 배출 시켜주는 철킬레이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는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외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부산대병원 등이 참여했으며 결과는 최근 대한혈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