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신의료기관 현장조사 결과

병실 하나에 환자 43명을 '수용'하거나 전문의 진단조차 없이 환자를 입원시키는 등 일부 정신의료기관의 환자 인권보장 수준과 진료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민간정신의료기관 현지실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50병상 이상 민간정신의료기관 189곳을 예비조사한 후 인력과 시설이 열악한 13곳을 골라 집중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3개 의료기관 전부가 전문의 또는 간호사 확보 기준에 미달했다.

6곳은 한 병실 당 입원 정원(10명 이하)을 초과해서 입원시키는 등 실사 대상 의료기관 전체가 정신보건법상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남의 A병원은 한 병실 당 입원정원을 33명이나 초과해 무려 43명의 환자를 한 병실에 몰아넣어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또 경남의 B병원은 허가 받은 입원환자 정원 540명을 312명이나 넘는 852명의 입원환자를 두는 등 3곳이 병원에 허가된 입원정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원 초과' 운영을 하면서 단 한 곳도 전문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있었다.

13곳 중 12곳이 정신과전문의를 기준 만큼 확보하지 못했으며 4곳은 간호사 인력이 부족했다.

허가 인원을 크게 초과해 병실을 운영한 경남 B병원 근무 정신과전문의는 정신보건법상 기준인 15명에서 11명이나 부족한 단 4명에 그쳤다.

이 병원의 간호사 인력도 18명이나 모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입원 절차상 하자도 드러났다.

부산 B병원과 경남 B병원은 정신과전문의 진단조차 없이 각각 1명과 4명의 환자를 입원시켰으며 보호의무자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 정신의료기관들이 이처럼 무리하게 병실을 운영하면서 환자를 입원시키는 이유는 정신과 입원환자들이 대부분 장기 입원을 하는 데다 의료비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 병원 수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 의원은 "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진료의 질을 담보하려면 현지조사를 강화해 법 위반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지역사회 내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정신질환자를 무조건 격리하려는 사회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