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성공 사례로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모(16.대전A여고 1년)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이양의 친구들은 책임을 악플러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양은 지난 4월 28일 SBS TV 프로그램인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3개월만에 몸무게를 40㎏이나 줄였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으나 이후 인기그룹의 한 멤버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 온 해당그룹 팬클럽 회원들의 비방과 '지방흡입수술, 성형수술을 한 게 아니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친구들의 악성댓글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박모(16)양은 6일 "숨진 친구가 한창 악플에 시달리던 지난달 5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제가 요즘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익명이라고 함부로 올리는 글들을 제가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죽기를 바라나요.

정말 힘듭니다.

저도 사람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친구 김모(16)양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기 가수와 사진을 찍었다고 팬클럽 회원들이 협박전화를 걸고 악플을 계속 올려 친구가 너무 힘들어했다"며 "억울하게 죽은 친구에게 악플을 단 사람들을 찾아가 '정말 왜 그랬냐고, 당신들이 뭔데 그러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며 울먹였다.

이와 함께 최모(16)군은 "친구가 TV에 나온 후 중학교 동창이라는 남학생 몇명이 홈페이지에 '그렇게 살 빼서 TV에 나오니 좋으냐. 지방흡입수술 받은 것 아니냐' 등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며 악플이 팬클럽 회원들 뿐만 아니라 주위 친구들에 의해서도 자행됐다고 말했다.

이모(16)양 역시 "성형수술을 받았다느니 하는 헛소문이 떠돌자 그리 친하지 않은 내가 알아차릴 정도로 친구가 힘들어했다"며 "악플 달고 협박전화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인데 그저 착하기만 하고 가수가 되고 싶어하던 친구가 왜 죽어야 했느냐"고 되물었다.

숨진 이양의 어머니(41)도 "딸이 2005년 7월부터 하루에 우유 한두 컵만 먹는 등 다이어트를 하면서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에서 개인 홈페이지에 악플이 잇따라 올라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양은 5일 오전 5시 20분께 대전시 동구 인동 M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옷장 철봉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놀라운 대회 스타킹'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이양의 명복을 비는 내용과 함께 팬클럽 회원들의 사과 글, 악플러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수십건씩 올라와 있으며 프로그램 제작진도 "안타까운 소식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고인의 가족, 친구들과 한결같은 마음으로 깊이 애도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