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고시학원과 독서실 등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 신림9동의 일명 '고시촌' 거리가 건물 리모델링 열기로 뜨겁다.

대부분 건물들이 지은 지 10년이 넘어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한 데다 한두 건물에서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가 100m에 이르는 고시촌 골목 전체로 퍼졌다.

고시촌 고객인 고시생들도 시설이 좋고 외관이 화려한 건물만 찾고 있어 고시촌 리모델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공사기간 짧은 리모델링 인기

고시촌 리모델링 바람은 올 3∼4월부터 불기 시작했다.

로스쿨 도입 얘기가 나오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 시스템이 점점 좋아지면서 고시생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고시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건물 소유주들이 경쟁적으로 리모델링에 뛰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신림9동 청소년문화회관에서 동쪽으로 100m에 이르는 고시촌 골목이 공사장으로 변했다.

5층짜리 원룸을 고치고 있는 한 건물주는 "주위에 원룸이 몰려 있어 다른 건물의 리모델링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올 사법시험 1차 시험이 지난 2월에 끝나 학생들이 줄어든 데다 옆 건물들이 공사를 하는 바람에 과감히 리모델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근 독서실도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이 독서실 관계자는 "지은 지 6년이 지났고 내부 시설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학생들을 끌어들이려면 최고의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며 "갈수록 고시생이 줄어들고 있어 공부로 예민해진 학생들 눈에 들려면 내부 시설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건물을 신축하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하는 또다른 이유는 공사 기간이 짧고 공사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올해 이곳에서 이미 건물 4개의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한 작업반장은 "이곳에서는 건물을 부수고 새로짓는 일은 거의 없다"며 "공사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소음으로 인한 항의와 비용 때문에 신축보다 상대적으로 공사 기간이 짧고 규모가 작은 리모델링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2~4층에서 리모델링 공사 중인 건물 1층의 슈퍼마켓 주인은 "이곳은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신속한 공사가 관건"이라며 "한두 달이면 끝낼 수 있는 리모델링 공사가 건물주와 학생들에게 좋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후엔 이용료 올려도 북적

고시촌에서 제법 규모가 큰 M독서실도 최근 내외관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열었다.

M독서실은 10만원이던 월 이용료를 12만원으로 올렸는데도 이미 많은 자리가 예약돼 현재 수십명의 대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M독서실로 자리를 옮긴 한 수험생은 "리모델링을 하는 독서실은 공사 중에 이미 예약이 꽉 찬다"며 "시설이 좋고 쾌적한 곳으로 소문이 나면 비싸더라도 수험생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시 삼수생인 윤모씨는 "지난해만 해도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로 공사를 한다"며 "로스쿨 도입 등으로 고시생들이 점점 줄어들자 고시생을 확보하기 위한 건물주들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