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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주면 매출 '쑥쑥'…왕을 감동시켜라

고객감동 시대 신뢰가 브랜드 가치 높인다

"고객님의 질책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회사가 급성장하다보니 조그만 식당을 할 때 단골손님을 챙기듯 고객님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이런 질책이 제가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을 섬길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중략…) 무슨 말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달 초 외식브랜드 ㈜놀부에 불만을 제기한 한 손님에게 김순진 회장이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이 손님은 서울 강남의 한 가맹점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했는데, 이가 나간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 주는 데 격분했다.

그는 기어코 최고경영자의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작심, 본사에 항의 전화와 메일을 보냈다.

김 회장은 간부들의 보고를 받거 바로 장문의 답장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고객으로부터 "성실한 답변에 분노가 눈 녹듯 사라졌다"는 회신이 왔다.

김 회장도 다시 한 번 감사 메일을 보냈다.

자신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 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직원들은 회장을 다시 보게 됐다.

고객감동은 말이 아닌 실천임을 보고 배웠다.

1987년 5평 음식점으로 '조촐하게'시작한 ㈜놀부는 '고객감동' 경영을 실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외식브랜드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불만족을 느끼는 데는 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불만족을 해소하지 못한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데는 5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첫 대면에서 감동을 줘야 한다.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회장이었던 얀 칼슨은 이 첫 대면의 순간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ㆍMOT)'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항공사 직원과 고객이 처음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1980년 세계 최초로 고객감동 경영을 도입했다. 세계적 복사기업체인 제록스는 '왜 만족한 고객들도 떠나는가'를 조사해 봤다. 이 회사는 고객의 만족도를 1~5단계(숫자가 클수록 만족도가 높음)로 나누었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 4단계 만족도에 머문 사람이 5단계 만족도를 보인 고객보다 같은 제품을 사지 않을 확률이 6배나 높게 나타났다. 제록스는 이 조사를 근거로 '고객만족'보다는'고객감동'을 끌어내야 성공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고객감동 경영은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덜 들어간다는 뜻이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감동시키는 비용보다 5배가 더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감동한 고객의 구전효과도 크다. 이들은 친구 이웃 친지 등에게 자발적으로 선전하고 구입을 권하기도 한다.

한 명의 고객이 여러명의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효과를 낸다. 감동한 고객은 기업을 흥하게 만들고 불만족 고객은 회사를 망하게 한다.

주위사람들의 말 한마디는 TV광고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정보시스템을 구축,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객정보시스템은 △고객정보파일(CIF) △고객의 소리(VOC) △고객만족지수(CSI) 등 3가지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고객만족이 아닌 고객감동 경영을 도입,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까지 '고객감동'을 부르짖는 시대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고객감동 경영으로 성장가도에 오른 사례가 많다.

다품종 제품의 당일배송시스템을 정착시킨 PCB화학약품 회사 ㈜오알켐과 '무상설치 후 거래'란 마케팅 혁신을 단행한 초박형 정면기 브랜드 ㈜태성, 신뢰와 속도, 변화를 회사의 공유가치로 삼은 금형ㆍ車부품업체 ㈜ATS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을 왕으로 섬기고 서비스ㆍ품질 혁신에 나선 기업들을 소개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