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량 급증.고위급 방문 이어져
부다페스트는 동유럽 최대 '화교 사회'


헝가리와 중국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줄곧 동유럽의 문을 두드려온 중국은 헝가리를 발판 삼아 중동유럽 상권을 장악할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으며, 헝가리도 중국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아시아 제1의 파트너로 삼을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양국의 무역량이 가히 기하급수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헝가리 경제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양국간 교역량은 46억달러(한화 4조6천억원)에 달했는데 헝가리의 대 중국 수출은 7억6천200만달러로 90% 늘어났고, 중국의 대 헝가리 수출은 다소간 소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7% 증가한 38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올해도 계속 이어져 1-2월 두 달간 양국간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3%와 40%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중국 상인들은 중국인들이 이미 대거 진출해 있는 부다페스트 아시아 센터 옆에 10억 유로를 들여 약 600개의 중국 전자업체들이 입주할 대형 무역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에는 중국은행이 진출했으며, 2004년부터 중국의 하이난 항공이 헝가리에 주 3회 취항, 양국간 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고위 인사들의 상호 방문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2003년 메제시 페테르 전 총리가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후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가 물길을 텄으며, 최근에는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헝가리를 방문했다.

우 위원장은 쥬르차니 페렌츠 총리, 쇼욤 라슬로 대통령, 실리 카탈린 국회의장, 코코 야노시 경제부 장관 등 핵심 고위 관료들을 빠짐없이 만나 정치, 외교, 경제, 문화,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간 우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논의된 방안들은 쥬르차니 총리의 올 가을 중국 방문으로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근년들어 쥬르차니 총리는 중국 정부의 '한 개의 중국' 정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도 소수민족 문제 등에 대한 헝가리의 외교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헝가리 언론들은 우 위원장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양국 관계가 바야흐로 '황금 시대'를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 헝가리와 중국의 관계는 누구든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체감할 수 있다.

헝가리에 거주하는 화교는 공식적으로는 2만명이지만, 실제로는 부다페스트에만 5만명에 가까운 중국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다페스트 거리에서 아시아인들은 거의 중국인으로 간주되다시피 한다.

헝가리에 진출해 있는 중국 기업은 3천개에 달하며 대부분 의류업과 요식업이지만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1억유로(한화 1천200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헝가리 내 중국인들은 대부분 천안문 사태를 전후해 중국 정부의 강압 통치에 불만을 품고 중국 국적으로 포기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헝가리 정부가 1988년부터 홍콩 반환에 대비, 홍콩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인의 입국 비자를 면제해준 덕분에 헝가리로 몰려들었고 1991년 한 해 동안만 2만1천명의 중국인이 이주했다.

재래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영세 상인으로 생업을 시작한 중국인들은 10여년 만에 헝가리에서 동유럽 최대의 화교 커뮤니티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헝가리에는 중국 식당이 1천개가 넘고 중국인 초등학교도 있으며, 영자 신문이 2개 인데 비해 중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은 4개나 된다.

그러나 앞으로 양국이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밀려드는 중국산 섬유 제품으로 인해 지난 4년 간 헝가리의 의류산업 종사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상당 부분 밀수로 추정되는 중국 제품들이 헝가리 지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헝가리 GfK의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헝가리인들이 구입한 의류의 20%가 중국산 제품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로 인해 헝가리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30억 달러에 달해 국가 전체 무역수지 적자(24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