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과열 경고가 나오는데도 여전히 '돌격 앞으로'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등 '블루칩' 작가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작품 품귀현상이 중견·신진작가들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김동유 안성하 도성욱 이정웅 변웅필 박성민 등 일부 30~40대 작가는 화실에 보관하는 작품이 거의 없다.

쌓여 있던 작품들은 이미 다 팔렸고 앞으로 그릴 작품들도 화랑들이 입도선매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화랑에 전시회를 열어달라고 작가들이 밀려들었으나 요즘엔 작품을 받기 위해 화랑이 작가에게 줄을 서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답은 적어도 2~3년간은 계속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이유는 많다.

한국미술시장 규모가 아직 경제력과 소득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첫째 이유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848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은 돼야 하지만 이제 겨우 3000억원 정도여서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시적인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상승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일부 은행들이 최근에야 재테크 포트폴리오에 그림을 넣기 시작하는 등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는 초기 단계라는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우리 미술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이처럼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미술품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간단치 않다.

우선 어떤 작품을 사야하는가를 결정하는 것부터 난감하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는 5만여명이나 된다.

완성된 작품만 해도 250만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인기 작가로 분류되는 미술가는 200명 수준.시장가격으로 내놔서 작품이 바로 팔리는 작가는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 25년 동안 작품값이 200배나 치솟은 천경자,100배 뛴 박수근,80배 오른 이중섭 같은 작가는 그야말로 극소수다.

시장논리만으로 볼 때 대다수의 작품은 팔려고 해도 팔 수 없는 상태로 사장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작품성은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상황에 따라 태작이 나오는 탓이다.

현대미술의 경우 '좋은 작품'의 기준이 시류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장르별 편차가 심한 것도 문제다.

우리 미술시장이 뜨겁다고는 하지만 서양화 구상에만 매기가 몰리고 있고 추상에는 막 입질이 시작되는 단계다.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한국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어떤 면에선 그만큼 투자 기회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시장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미술품 투자에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관이나 화랑을 꾸준히 돌며 작품을 보다가 형편 닿는 대로 마음에 드는 것을 한두 점씩 사모으는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안목이 생기기 전에는 주식 간접투자처럼 믿을 만한 화랑이나 경매회사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다.

미술시장을 수십년간 지켜봐온 한 컬렉터는 얼마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술품은 근본적으로 상품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이다.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사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반응한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는 사람은 미술시장을 기웃거리지 않는 게 좋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