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지난 9일 인텔 센트리노 프로 프로세서를 전 세계적으로 발표하면서 드디어 '산타로사'(인텔의 차세대 PC 플랫폼) 시대가 열렸다.

산타로사는 '인텔 센트리노 듀오' 및 '인텔 센트리노 프로 프로세서' 기술 기반의 플랫폼.당초 산타로사라는 명칭은 기술 개발 당시 인텔 내부에서 부르던 코드명이었지만 요즘은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인텔의 플랫폼은 항상 PC산업의 전환점이 돼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성능 측면에서 크게 업그레이될 뿐 아니라 기존 플랫폼 장착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PC 대중화와 새로운 응용 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

인텔이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3D 그래픽, 고화질 영상 등이 가능한 기기가 등장했다.

인텔의 플랫폼은 노트북 PC뿐 아니라 PDA 등 각종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에도 적용된다.

IT업계가 '산타로사'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4004부터 286, 센트리노까지

PC 플랫폼은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칩셋(그래픽, 메모리 포함)과 무선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산타로사 플랫폼에는 인텔 코어2듀오 800MHz 프로세서와 인텔965 모바일 칩셋, 터보 메모리(옵션) 등이 들어간다.

'펜티엄' 후속인 '센트리노'의 플랫폼은 카멜,소노마,나파,메롬에 이어 산타로사로 진화했다.

펜티엄 전에는 흔히 286, 386, 486이라고 부르는 x86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있었다.

이런 진화는 CPU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CPU의 정보처리 속도가 PC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였던 것이다.

인텔이 최초로 내놓은 마이크로프로세서는 1971년의 '4004'였다.

1978년에는 인텔 80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이듬 해에는 8088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놓았다.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1979년 IBM이 개발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장착된 8086과 8088이었다.

8086은 16비트에 메모리 1메가바이트의 CPU였다.

1982년 나온 286 PC는 이전과 달리 메모리가 16MB로 늘어났다.

가상 모드를 통해 멀티 태스킹을 지원하고 8088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

1993년 등장한 초기 펜티엄은 60,66MHz로 동작했지만 엄청난 발열 및 버그로 바로 퇴출당했고 코드명 P-54C가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펜티엄 시대가 열렸다.

펜티엄Ⅱ는 기존 프로세서와는 달리 핀이 없으며 SEC(Single Edge Contact)라는 카트리지 형태로 제공됐다.

현재 보편화한 센트리노는 2003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센트리노는 펜티엄M CPU와 855 메인보드 칩셋, 인텔 프로 무선 2100 무선랜으로 이뤄졌다.

이런 점에서 최신 산타로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노마,나파,메롬 등 센트리노에서의 진화는 각 부품을 구성하는 CPU나 메인보드 칩셋 등의 성능이 높아진 단계를 구분한 것이다.

최근 CPU의 진화는 처리 속도를 얼마나 높이느냐에서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따라 발생하는 과열과 전력 소비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센트리노 듀오는 마치 머리가 2개라는 점에서 빠른 속도와 멀티 태스킹을 가능하게 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단순 연산에서는 하나의 코어만 작동하고 다른 하나는 쉬게 함으로써 전력 소비와 발열을 줄인다는 의미도 크다.

◆유선에 버금가는 무선 환경 구현

이렇게 등장한 산타로사는 모바일 환경에서 특히 기존 플랫폼에 비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산타로사 플랫폼을 장착한 PC는 기존 '나파' 플랫폼 PC에 비해 무선랜 속도는 최대 2.5배,부팅 속도는 20% 빠르다.

산타로사는 인텔 4965 칩을 탑재해 차세대 무선 표준(802.11n)을 지원한다.

무선랜 속도는 최대 135Mbps(초당 135메가비트)로 54Mbps인 나파 PC의 2.5배에 달한다.

유선 인터넷에 버금가는 속도다.

칩셋도 달라졌다.

DDR2 800MHz 메모리 등으로 구성된 965 칩셋이 들어가는데 965 칩셋은 내장형 그래픽 칩을 탑재한 965GM과 내장형 그래픽 칩이 없는 965PM으로 나뉜다.

인텔 측에 따르면 그래픽 칩이 들어간 산타로사 노트북은 나파 노트북에 비해 그래픽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3차원(3D) 작업이나 영화 감상,게임 등에 그만이다.

CPU 속도 자체가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프런트사이드버스(FSB)가 667MHz에서 800MHz로 높아져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산타로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터보 메모리(코드명 롭슨)와 802.11n 무선랜이다.

CPU나 메인보드 칩셋,그래픽 코어 등은 이미 데스크톱 PC에 쓰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 몇 가지 재주를 덧붙인 것으로 기존 센트리노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공통적으로 발전해온 부분이다.

하지만 터보 메모리와 802.11n 무선랜은 아직 데스크톱 PC에서도 본격적으로 쓰이지 않는 기술이다.

다만 터보 메모리는 기본이 아닌 선택 사양으로 사용자가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가격 부담이 있겠지만 조만간 보편화한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므로 올 연말께 정도면 소비자들이 손쉽게 터보 메모리를 구입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