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내려도 문제"..당분간 동결 무게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다시 동결한 것은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형국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기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고 있지만 콜금리를 조정할 정도는 아니다.

유동성도 다시 크게 늘고 있지만 가계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긴축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마침 외환시장도 불안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선의 움직임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 "경기 저점은 지난 것 같은데.." = 경기에 대한 시각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거나 이미 통과했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올해 상반기에 저점을 통과해 하반기에 이륙한다는 당국의 예상 시나리오가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기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명확한 시그널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금통위가 콜금리를 또 한번 동결한 것도 이같은 시장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경기의 저점 통과.이륙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희망을 갖기 시작했지만 콜금리 목표치를 조정할 정도의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3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전월 대비(계절조정)로는 0.4% 감소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 늘어 작년 10월의 3.4%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작년동기가 경기 고점 구간이었다는 점을 두루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해석하기엔 한참 모자란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 연구원은 6일 "경기에 긍정적인 시그널들이 감지되고 있다는 데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는지 혹은 상승세로 다시 전환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한참 진행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 역시 최근 다소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리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 시중 유동성도 딜레마 = 경기만 놓고 보자면 콜금리 인상 카드를 한번 떠올려 볼 만한 상황이지만 유동성 문제가 만만치 않다.

한동안 잠잠하던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콜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가계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액은 3년 안에 22%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연구소들 역시 부동산 시장의 추가 조정과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가계부채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시중유동성은 다시 한번 큰 폭으로 증가해 한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3월 시중유동성 증가율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2.3%나 급증해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2003년 2월의 12.9%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시중유동성의 급증과 가계금융위기의 가능성 사이에서 한은의 다시 한번 '동결' 카드를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 대외 변수도 관망 우세 = 한국 경제와 상관 관계가 있는 주요국의 경기도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완만하나마 경기 둔화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인상 압력은 높아져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애매하다.

중국은 긴축의 강도를 점차 높이는 분위기고 일본은 혼조 국면에 가깝다.

자금시장 여건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경기 회복에 대한 선 반영으로 장단기 금리가 올라가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뒤늦게 콜금리를 올려 용인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쉽지 않다.

원.달러 환율도 연저점을 최근 경신, 금리를 움직여 시장을 자극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도 내려도 문제가 된다"며 "3분기 정도는 돼야 각종 거시 지표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