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보복폭행'을 위해 거물급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7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3월8일 밤 3곳의 보복폭행 현장 중 2곳에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씨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술자리에서 폭행을 당한 아들의 `복수'를 위해 김 회장 측이 경호원은 물론 유명 폭력조직의 간부까지 동원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지난달 말부터 일부 목격자를 통해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옷 속에 회칼을 넣어온 사람들도 있었다"는 등 조폭가담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구체적인 증거가 수사에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오씨는 한화 측의 지원 요청을 받고 조직원들을 데려가 피해자인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을 협박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오씨는 1980년대 김태촌씨가 이끌던 서방파 부두목급으로 활동하면서 방계 조직인 맘보파 두목을 지냈던 거물급 조직폭력배로 알려져 있다.

오씨는 1986년 7월 김씨의 지시로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폭행 사건에 가담했고 같은 해 8월 벌어진 서진룸살롱 살인사건 때 부하 4명을 잃는 등 80년대 조폭과 관련한 굵직한 사건에 여러차례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 측이 단지 아들의 보복 때문에 이처럼 거물 폭력배까지 동원한 것은 상대방인 S클럽 종업원들이 폭력조직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들을 때린 가해자들이 유흥주점 종업원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뒤를 봐주는 폭력조직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 오씨 등을 미리 동원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상대방보다 더욱 `강하다고 여겨지는' 폭력배를 현장에 데려갔다는 것은 김 회장이 "화해를 시키러 갔다"는 본인 진술과는 달리 애초부터 폭력을 휘두를 의사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김 회장 측이 아들이 얻어맞고 들어온 바로 그날 오씨 등 폭력배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평소 김 회장 개인이나 한화그룹 측이 폭력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오씨가 평소 한화 측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서는 김 회장 차남이 폭행을 당한 지 12시간여만에 시작된 보복폭행에 가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0대그룹에 속하는 한화그룹의 총수가 사적인 복수에 회사 인력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조폭과도 손을 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디 `pickingfruit'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재벌과 조폭의 유착관계가 결국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폭행 사건을 넘어 비난받아야하는 이유가 나온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이디 `mayjulee'도 "처음에는 회장이 직접 보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오리발을 내미는데다 조폭이 개입한 것까지 사실이라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