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매매가격을 고의로 낮춰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계약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지만,매도자들이 올해 무거워진 양도소득세(2주택자는 50%,3주택 이상은 60%)를 피하기 위해 매수자에게 가격을 일부 깎아주는 대신 급매물로 위장해 다운계약서를 쓰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집값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급매물로 팔아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는 식의 변명이 통하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기피하지 않는다고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최고 1억원 낮추기도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상암동에선 통상 실거래가보다 5000만원,경기 용인시 죽전·동백지구 등에선 3000만~5000만원 정도 낮춰 계약서를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작년 말 입주를 개시한 상암동 월드컵파크 4단지의 경우 33평형 시세는 8억원 선이지만,7억원까지 낮춘 허위계약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동 4단지 26평은 실제 7억1000만원에 계약됐지만,6억5000만원으로 신고하는 일이 예사라는 관측이다.

2~3년 전에는 실제 거래가의 절반 가격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았지만,작년 실거래가 신고의무제가 도입된 후엔 통상 실제가격보다 5~10% 낮추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암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고 1억원까지 내린 다운계약서를 쓸 수도 있지만,보통 5000만원 정도 낮춰 신고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귀띔했다.

용인 죽전·동백지구에서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많다.

죽전 B공인 관계자는 "실제 3억2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를 최근 2억7000만원으로 5000만원 낮춰 신고했다"면서 "이곳에선 3000만~4000만원 정도 낮추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전했다.

동백지구 C공인 관계자는 "30평형대 매물의 호가가 4억원 선이라는 것은 대부분 다운계약서 작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매수자 입장에서도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데다 3년간 보유하기만 하면 양도세가 비과세되기 때문에 손해볼 게 없다"고 밝혔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화성 동탄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직원인 이모씨(34)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계약하려 하자 집주인이 시세의 80%로 다운계약서를 쓰자고 해 거절했다"면서 "동탄의 경우 주변에 비교할 만한 아파트가 없어 이 같은 일이 더 성행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운계약 동의하면 가격 깎아줘"

다운계약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매도자는 신고가격을 낮춰 양도세를 줄일 수 있고,매수자는 추가로 가격을 더 깎을 수 있다.

특히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가 50~60%로 중과세되고 있어 가격을 더 깎아주더라도 거래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게 유리하다.

요즘처럼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을 땐 불법 작성된 다운계약서가 적발될 확률이 더욱 낮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용인 D공인 관계자는 "실거래가 신고가격을 너무 낮추면 표적단속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행 시세의 하한가 수준에 맞추고 있다"면서 "급매물로 위장하고 금융거래 내역만 일부 조작하면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현행 법규상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적발되면 취득세의 세 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개업자가 내는 것이 보통이지만,직거래했을 땐 매도자·매수자 모두 같은 금액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또 중개업자는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매도자는 명단이 국세청에 통보돼 탈루세액의 40%만큼 가산세(벌금)가 부과된다.

한편 경기도는 작년 8∼11월 거래됐던 부동산 매매사례 중 '허위계약' 혐의가 있는 1000여건을 대상으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다음 달 초까지 매수자·매도자로부터 계약서 사본과 결제 계좌 등 거래 내역 증빙서류를 받고 소명을 들어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조재길/임도원/정호진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