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와 네슬레 등 다국적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코코아 성분을 트랜스 지방이나 설탕 대용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허시와 네슬레,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등 대형 초콜릿 제조회사들을 회원으로 거느린 미국 초콜릿 제조업자 협회는 미 식품의약청(FDA)에 초콜릿에 반드시 써야 하는 원료를 재규정해달라고 탄원했다.

협회는 지난 해 10월 "식품 기준 현대화"를 FDA에 촉구하기 위해 `식료품 제조업체/식품 협회'가 작성한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 탄원서에는 육류와 낙농제품, 과일, 생선 및 곡물류 등 모든 식품 업종을 대표하는 단체들도 함께 서명했다.

린 브래그 초콜릿 제조업자 협회장은 "이제 FDA가 모든 식품 원료 기준을 현대화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 됐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대형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코코아 버터와 코코아 고형물 대신 인공 감미료와 우유 대용품, 트랜스 지방과 같은 식물성 지방으로도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 최대 과자 제조업체인 허시는 소비자 기호 변화에 맞춰 원료의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시의 커크 새빌 대변인은 "이번 탄원이 모든 식품 기준을 현대화, 기술 변화에 더욱 신축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받아들여질 경우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원료비 및 원료 확보의 용이성, 저장 기간 등을 토대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신축성이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형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소비자들과 군소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자못 거세다.

`캔디블로그'를 발행하는 시벨 메이(40)는 대형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초콜릿 대신 가짜 초콜릿인 `모콜릿(mockolate)'를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FDA에 항의하는 글을 써보내라고 소비자들에게 촉구해 지금까지 200명 이상이 이에 동참했다.

매일 한 차례 이상 초콜릿을 먹는다는 일리노이주의 쥴리 앤더슨(37)이라는 여성은 코코아 버터 대신 다른 지방이 사용되면 초콜릿의 독특한 맛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글을 한 블로그에 올렸다.

그녀는 "품질 좋은 초콜릿은 입안에 넣을 때 매우 부드럽게 사르르 녹지만 경화유를 쓴 초콜릿은 찐득찐득하고 미끌미끌한 느낌을 준다"며 기존의 원료 기준 변경에 반대했다.

4대째 내려오는 `기타드 초콜릿'사의 소유주 게리 기타드는 "우리의 초콜릿을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제목의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소비자 반대 운동을 주도해왔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 소유 과자회사 `시즈(See's) 캔디스'도 이에 동참했다.

`시즈 캔디스'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킨스틀러는 "마가린 제조업체들이 자기 제품을 규정에 정해진 대로 `마가린'으로 부르는 대신 `버터'라고 부른다면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형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코코아 버터나 코코아 고형물의 대용품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코코아 값 급등세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6개월 간 뉴욕의 코코아 가격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의 코코아 생산이 건조한 기후 때문에 타격을 받을 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28% 가량 뛰었다.

게리 기타드는 초콜릿 1파운드에 들어가는 코코아 버터가 대략 전체 무게의 25% 가량 되고 가격은 2.30 달러 선인 반면 식물성 기름은 1파운드에 70센트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미 초콜릿 제조업자 협회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미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모두 14억 달러어치의 코코아와 코코아 제품을 사용했다.

(서울=연합뉴스)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