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만도의 실질적 대주주인 JP모건 등 해외 펀드에 대해 3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은 2005년 시작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엄정한 과세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례는 2005년 론스타 펀드의 스타타워 매각 이익에 대해 추징한 사건과 비슷하다.

만도와 JP모건은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반발하고 있어 제2의 론스타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 통한 조세 회피에 강력 대응

1999년 JP모건과 어피니티캐피털 등은 모기업인 한라그룹 해체 이후 경영난을 겪던 만도를 인수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 투자펀드인 선세이지를 세우고 이를 통해 만도 지분 73.1%를 사들였다.

만도는 이후 급성장해 2006년 매출액 1조5822억원에 당기순이익 828억원을 올리는 우량 회사로 성장했다.

이렇게 되자 JP모건 등 대주주들은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만도는 2003년 발행주식 1000만주 중 342만주(33.46%)를 유상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998억원을 주주에게 나눠줬고 △2004년 351억원 △2005년 491억원 △2006년 387억원을 배당했다.

만도는 배당을 하면서 대주주인 선세이지가 네덜란드에 있어 한·네덜란드 조세 조약을 적용받는다며 배당금의 10%만 원천징수 세금으로 냈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선세이지가 페이퍼 컴퍼니임을 밝혀내고 한국 법인세법에 따라 25%(주민세 2.5% 제외)에 해당하는 300억원을 원천징수 세금으로 추징했다.

국세청은 실질 수익자를 '법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조세 조약 적용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는 과세 전 적부심을 신청했지만 최근 기각당했다.


◆만도 반발…제2의 론스타 사건 될 수도

만도 관계자는 "국세청의 과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러 가지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과세 전 적부심 이후에는 △국세청에 대한 심사청구 △국세심판원장에 대한 심판청구 △감사원에 의한 심사청구 등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으며 이후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다.

국제 조세 분쟁의 경우 국제 중재 신청도 가능하다.

이 사건은 사건 구조가 론스타 펀드의 스타타워 매각에 대한 추징 건과 흡사해 제2의 론스타 사건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국세청은 2005년 9월 론스타가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매각해 2800억원의 매각 차익을 낸 데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로 1400억원가량을 추징한 바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론스타는 벨기에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스타타워를 사고 파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했다.

한·벨기에 조세 협약에 따라 부동산 양도차익은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그러나 국세청은 "실질 귀속자는 미국 본사"라며 미국과의 조세 조약을 적용해 과세했다.

한편 세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네덜란드 선세이지의 존재를 부인하고 조세 조약 적용을 배제해 과세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도 한국과 조세 조약을 맺고 있어 10%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만약 JP모건 등이 실질적 귀속자임을 입증해 온다면 국세청이 추징한 세금을 환급해줘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등은 현재 선세이지를 내세워 만도 매각 작업(매각 예상가격 2조원)을 벌이고 있는 만큼 추후 매각 이익이 생길 경우 이를 놓고도 국세청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