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측근들, `레임덕 대통령' 줄줄이 이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여 더 남았지만 사실상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측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 신문이 8일 보도했다.

전 백악관 연설문 담당자인 데이비드 프럼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짐 누초는 부시 대통령이 이제 국내 정치에서 더 이상 어떤 일도 이룰 수 없으며, 국제적인 사건들의 포로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프럼은 "부시의 백악관은 항상 강력한 남자 형제들의 무리였지만, 과거 승리를 안겨줬던 같은 상황이 이제는 비극을 불러온다"며 "백악관에는 견해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잘못됐을 때 방향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취약성은 근본적으로 중간선거 후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의회에서 법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상실한 데 있다고 프럼은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둘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일을 추진할 가능성은 도대체 없다"고 말했다.

누초는 "부시는 레임덕"이라며 "공화당원들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인내심을 잃었다.

이 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업무는 의회의 협력을 요구하지 않는 외교정책이다"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 고위 인사들은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을 해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원 뿐만 아니라 이길 수도 있었던 상원 선거에서도 졌다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누초는 말했다.

국내에서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 정책과 이민법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이슈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정책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권위는 도전받고 있다.

야당 민주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라크전쟁 비용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반시리아 정책을 고수하는 부시 대통령을 무시하고 지난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회담했다.

부시 대통령의 추락을 시사하듯 주변 인물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지난주 이라크 주둔 미군 증파안을 기획한 맥헌 오설리반 국가안보 부보좌관, 부시 행정부의 전략적 사상가인 피터 베흐너가 백악관을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어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의 보좌관인 모니카 구들링은 7일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파문과 관련돼 의회에서 증언을 하지 않겠다며 사임을 표명해 부시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안겨줬다.

2000년과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지원했던 선거전략가 매튜 다우드는 지난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철군하라는 미국인들의 뜻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전쟁 환멸감이 점점 깊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나머지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관심을 기울이느라 점점 더 독재적으로 변하는 러시아 정부와 핵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수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은 지난주 "부시는 이제 혼자"라며 "지난 50여년 동안 의회에서 자기 정당으로부터 이렇게 고립된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

탄핵에 직면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신랄하게 질타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