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는 것을

돌아 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전문

--------------------------------------------------------

겨울을 거쳐온 땅이 열리고 하나 둘씩 풀잎을 토해내고 있다.

온기 머금은 나뭇가지엔 마법처럼 꽃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세월도 흘러가기 아쉬워 아지랑이로 숨을 고르는 계절.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

혹한의 아픔이 없다면 잎도 꽃도 없을 테니까.

어디 꽃뿐이겠는가.

사람마다 누구도 모르는 고독을 안고 산다.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이듯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그래서 꽃잎 흩날리는 봄 밤의 술 한 잔은 아리고 쓴 것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