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일대 극심한 교통혼잡…충돌은 없어

민주노총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5천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FTA반대 집회를 강행했다.

한미FTA 타결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집회에서 시위대가 대학로 6개 차로 중 4개를 점거하는 바람에 주변 교통이 오후 내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들은 오후 4시40분께부터 대학로에서부터 종로5가와 종로2가, 청계2가, 을지로2가를 거쳐 서울 시청앞 광장까지 1시간40분여 동안 도로를 점거한채 행진했으며 을지로2가에서는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해 종로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경찰은 전ㆍ의경 158개 중대, 1만5천명을 현장에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후 2시 50분부터 시작된 `한미 FTA타결 무효 투쟁 선포대회'에서 "허세욱 동지는 온 몸이 불타들어가도록 FTA 저지를 외쳤다"며 "정부와 기업은 FTA 타결로 모두 끝났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힘을 모아 국회 비준 동의를 저지하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도 "민노당 의원 9명 전원은 FTA 무효화 투쟁을 하고 온 몸을 바쳐 국회 비준 동의를 막아내겠다"며 "FTA 저지 투쟁은 회복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오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한미 FTA 무효 범국민 대회'를 개최해 정부와 FTA를 찬성하는 기업들을 규탄했다.

범국본 각 부문 대표들은 결의문에서 "한미FTA 밀실졸속 협상을 추진하고 최종 승인한 노무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며 "군사독재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국회와 언론도 국민적 심판이 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대표들은 이어 "한미 FTA를 무효로 하기 위한 우리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 허황된 광고가 거리를 메우고 미국과 노무현 정부, 보수 언론의 벽이 두터워 보이더라도 단결해 싸우는 민중의 힘을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는 "허세욱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며 "허씨가 끝까지 살아 남아서 한미FTA 반대 투쟁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앞 사회과학 서점 `그 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는 "허씨는 적은 월급을 쪼개 그 날이 오면 서점까지 후원을 해온 분인데 왜 분신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지 안타깝다"며 "한미 FTA가 무효되는 그 날이 오면 허씨가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날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는 허세욱씨 병원비 모금운동이 펼쳐졌으며 노래공연과 율동, FTA 전면 무효화를 촉구하는 대국민 발언 등이 이어졌다.

경찰은 경북 예천에서 공기총을 난사해 1명을 숨지게 하고 달아난 농민 이모(44)씨가 집회현장에서 분신을 시도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전단을 뿌리는 등 검거 작업을 벌였으나 이씨를 찾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