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산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을 먹여살리는 주력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한ㆍ미 FTA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분야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그리고 섬유다. 자동차는 미국이 한국산 수입차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 2.5%가 사라지면 대당 200~500달러 정도의 가격인하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섬유는 관세철폐와 함께 원산지 규정이 완화될 경우 연간 대미 수출이 4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부품 최대 수혜

이번 한ㆍ미 FTA 체결의 가장 큰 수혜 분야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이 꼽힌다. 관세 철폐 및 각종 통상압력 해소로 연간 1700만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시장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돼서다.

KOTRA 관계자는 "관세 철폐로 현대자동차는 미국 수출차량 가격을 대당 200~500달러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미국이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장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입도 한결 쉬워지게 됐다. 미국의 픽업트럭 수요는 연간 320만대에 달하지만,25%에 달하는 높은 관세 탓에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보다 더 많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관세(평균 2.5%) 철폐 효과가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글로벌 아웃소싱 바람과 맞물리면서 한국산 부품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빅3'는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부진을 거듭하자 원가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와 중남미 등지로부터 부품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실제 국내 부품 업체들의 미국 수출 규모는 2004년 18억달러에서 지난해 37억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KOTRA는 부피가 큰 탓에 물류비가 많이 드는 범퍼 차체보다는 머플러,드라이브 액셀,스티어링 휠(운전대) 등 가격도 높고 부피가 작은 품목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섬유ㆍ의류도 '대박' 효과

섬유ㆍ의류ㆍ신발 부문도 자동차에 못지 않은 한ㆍ미 FTA 수혜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섬유ㆍ의류 부문의 미국 관세율이 평균 8.9%에 달하는 만큼 관세 철폐 효과만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여기에 원산지 규정 등 비관세 장벽마저 완화되면 대미 수출액은 연간 4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미국 내 산업용 섬유 생산기술이 이전되면서 국내 섬유산업 고도화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OTRA 관계자는 "현재 중국 등 섬유 개발도상국의 가격이 한국산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에 기본제품에선 관세철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고가 제품에선 국산제품들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신발의 경우 대부분 국내 기업이 생산시설을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옮긴 탓에 현재 2.5~48%에 달하는 관세가 없어져도 획기적인 수출 증대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KOTRA는 한ㆍ미 FTA 체결 후 유망한 품목으로 산업용 장갑과 내의류,특수화 등을 꼽았다. 특히 미국의 건설경기 붐과 DIY(Do It Yourself:자가제작) 열풍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산업용 장갑의 경우 관세율(13.2%) 철폐를 계기로 한국산의 인기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ㆍ전자도 희색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업종이지만 한ㆍ미 FTA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휴대폰과 메모리반도체는 지금도 관세율이 0%인데다 상당수 제품은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한ㆍ미 FTA가 체결되면 가장 수혜를 받을 품목은 디지털TV(관세율 5%)와 LCD패널(6.6%) 세탁기(1.4~2.6%) 에어컨(2.2%)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디지털TV는 미국 연방정보통신위원회가 정한 '2009년 디지털방송 송출 의무화' 조치와 맞물려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자업계는 관세철폐 외에 각종 비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한국 업체들에 부과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통신장비,산업용ㆍ계측용 기기,의료기기,비메모리반도체 등에선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한국 업체를 앞서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철강ㆍ기계ㆍ석유화학은 효과 미미

철강ㆍ기계ㆍ중공업ㆍ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은 한ㆍ미 FTA 체결에 따른 관세철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계는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 1.7%에 불과하며,철강은 2004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각종 원자재 및 부품 수입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한ㆍ미 FTA가 원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자동차 전자 등 철강 수요산업의 대미 수출이 늘면 덩달아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생산기술이 범용화되면서 품질이 아닌 가격이 경쟁력의 관건이 된 상태다. 조형일 석유화학공업협회 팀장은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큰 폭의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유화업계의 공통된 견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