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협상이 타결돼 양국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들은 '이득'을 본다.

관세 인하로 쇠고기와 자동차 등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가격이 내려가고 서비스 내용도 향상된다.


◆쇠고기·오렌지값 싸진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와 오렌지 등을 싼 값에 사 먹을 수 있다.

현재 40%인 쇠고기 관세와 50%인 오렌지 관세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전체 소비량의 43.1%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소비자들은 '낮은 관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예전보다 싼 가격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 먹을 수 있다.

현재 한우 등심 500g의 소비자 가격이 3만5000원인 반면 대표적 수입 쇠고기인 호주산은 비슷한 부위가 1만5000원 수준이다.

국산 쇠고기가 수입(주로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다.

미국산 쇠고기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호주산 쇠고기보다도 더 싸져 지금보다 10~20% 정도 낮은 가격에 수입 쇠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와 사과 포도 등 미국산 과일 가격도 저렴해진다.

◆미국산 자동차 가격 하락

자동차 관세(8%)가 철폐되면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국내 판매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업체들이 자동차 판매가를 7.4%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5000만원짜리 미국차를 370만원 싼 463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차 수입업체들은 가격 인하폭이 4.5% 정도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관세는 판매가가 아닌 수입원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반면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세 인하율만큼 판매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도 관세 인하 혜택을 입기 때문에 일본 브랜드의 미국산 자동차도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시장도 변화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자동차 세제가 개편되면 대형차 위주의 미국 승용차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배기량이 큰 승용차는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은 큰 차체에 상대적으로 작은 엔진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해왔다.

미국의 요구로 배기량 기준의 세제가 바뀌게 되면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생산모델의 라인업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약값은 오히려 비싸질 듯

의약품의 평균 관세(6%)가 철폐되면 약값이 떨어지는 요인이 생긴다.

그렇지만 실제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FTA협정에서 △오리지널 신약 특허 기간 연장 △오리지널 신약 특허 자료 보호 △복제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등이 들어있어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복제의약품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8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좀더 비싼 약값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의류·소프트웨어 영향은 미미

미국산 의류나 신발 제품 등의 수입 가격은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나이키 리바이스 등 미국 유명 브랜드는 이미 중국이나 태국 등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FTA 관세 혜택은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적용된다.

인텔 CPU 등 반도체칩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등 소프트웨어 값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도체나 휴대폰 등 첨단 IT제품의 경우 1990년대 말부터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골프채는 8%던 관세가 낮아져 그만큼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콘텐츠는 쿼터제 완화로 지상파 방송에서도 미국 드라마 등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외국 방송 편성 비율은 각각 20%와 50% 수준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